광역의회 선거는 민자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여당인 민자당의 압승은 바로 야당의 참패를 뜻한다. 따라서 여당의 승리는 곧 6공화국 정권과 치적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평가로 간주되어야 마땅하겠는데,과연 얼마만한 사람들이 이러한 평가를 순순히 수긍할 것인가하는 점에 대해선 깊은 회의가 생긴다.여당이 압승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0%를 넘는 기권율이 말해주듯 유권자의 반수 가까이가 정치에 등을 돌렸으며,이러한 정치외면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과 무관심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도 지방선거에서는 50%를 맴도는 투표율밖에 되지않는다고 자위하려는 측이 있는 모양이지만 정치가 안정되어 있는 나라에서의 저투표율과,30년만에 처음 갖는 지방선거인데다가 3당 합당후 첫 정당간 대결이 되는 이번의 우리네 선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거의 결과는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안정을 희구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모르기는 해도 강경대군 사건이후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일련의 혼돈사태들이 국민들 심중에 불안과 염증을 심어주고 더 이상의 혼란을 바라지 않는 안정희구로 마음을 굳혀 놓았을것이 분명하다
대여공세와 학생들의 과잉시위의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못잡았던 야권의 자세가 국민들에겐 불투명하게 느껴졌을 것이며 안정에 대한 저해요인으로 비쳐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점에서 이번의 선거결과는 비록 정부·여당이 이기기는 했으나 그들 스스로의 공에 의한 승리라기보다 야당의 일방적 패배로 얻은 망외의 소득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적 감정이 표로 연결된 것은 중산층의 두드러진 보수적 경향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 같다. 이에 반해 젊은층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작용하고 국내 정치에 대한 팽배된 불신감정이 가세한데다가 외대 사건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자체정리내지는 자체소화하지 못한 탓에 기권이 많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선거전부터 이미 예측하지 못한바는 아니었으나 정당들의 지역색채가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한국의 정치 정상화에 압적요인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같은 지역감정의 심화는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딴 분야에서까지 이성보다 감정을,공정보다 편견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게만들 우려가 크다. 그리고 그러한 그릇된 가치관은 이 나라에서 영영 건전한 비판 세력의 존재가능성을 부정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이 야권한테 등을 돌린것은 그들의 구태의연한 정치형태에 염증을 느낀 탓도 있겠으나 그 못지않게 야당에 대한 불신,나아가서는 그들의 수권능력에 대한 의문에도 큰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야당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성과 함께 통합 등을 포함한 야권 재정비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회생의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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