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심화 DJ거취 연결/민주 「분화」 가속 존립 기로에/“당내 민주화” 고조… 중부신당 창당움직임도야당을 휩싸고 있는 6·20선거 참패는 새로운 형태의 민심이반 현상에 대한 충격을 의미한다. 5월 정국의 가파른 고빗길을 오르내리며 나름대로의 시국관 아래 밀고 당기는 정국운영을 해오던 야당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표에 의한 전면 부정을 당한 것이다.
김대중 신민 총재가 스스로 『국민심리 변화에 대한 판단지연』을 패인의 하나로 꼽았듯이 야당이 외곽분위기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시기를 놓친 타성적 대응이 여론과 민심을 제대로 판독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볼수있다.
야당은 특히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닌,6공 정권의 중간평가로 규정했다가 되레 「부머랭의 치명상」을 입게돼 향후 야당 존립의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야권내부의 이같은 위기감은 2·12총선의 짜릿한 승리감이나 4·26 총선에서 만개됐던 「야당전성」 시대가 급전직하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위기의 원인은 바로 야당내부에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야권진영의 회오리는 단순한 문책·퇴진론이나,「게임」의 수준에서 좌절를 거듭했던 기존의 야권통합 개념을 뛰어넘어 야권개혁·야권개편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의 모색으로 나타나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단기적으로 이는 야당회생을 위한 방법론의 대논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고 바로 여기에 야당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볼수 있다.
○…신민당은 야당패배의 충격에 더해 지지기반의 고착화가 더욱 뚜렷해진 결과를 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민당 최대의 과제인 지역성 한계극복을 위해 당명을 바꾸는 등 나름대로의 전력을 기울였고,김총재가 의욕적인 전국순회의 강행군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취약지역에서의 교두보 확보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득표결과가 16%(21석)에 그쳐 국회의원 의석비율 40%에 크게 미치지 못한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민당의 패색은 이 대목에서 가장 짙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이는 지금까지 호남계층을 기반으로한 지역성과 동일시되던 신민당의 한계를 오히려 강화시켜 주어버렸다.
이에따라 서울 등 비호남 출신의원들의 현상타파 목소리가 커질것은 당연한 일.
당장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과 자질문제가 부각되게 돼있고 이에대한 원인제거를 모색하다보면 김총재의 거취문제가 전면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이 야권의 자기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전개될 것이지만,야권혁신이 향후 야당진로의 대명제가 될것이 확실한 이상,김총재측 역시 이를 감안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야권의 재정비와 통합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미리 선언했고 일부 의원들은 야권재편을 거론하면서 벌써부터 『신민·민주의 기반이 워낙 다르다』는 지적을 잊지않고 있다.
당내의 야권통합논의가 김총재 거취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하나의 갈래로 비호남 중부권의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이 가세될 가능성도 있어 신민당의 당내역학은 내·외적 시련기를 감내해야만 할 형편이다.
신민당 일각에서는 특히 김총재의 지도력에만 의존해온 당운영방식이 수서사건과 이번 선거과정의 공천시비 등 「야당비리」에 대한 국민일반의 실망을 가중시키고 이로인해 야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 것이 선거패배의 한 요인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는 당내일부 「측근세력」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담겨있는 것이어서 당내 갈등요인은 다분히 복합적이다.
즉,새로운 진로모색을 위한 고민에는 「당내민주화」의 목소리가 거세게 가세될 전망이어서 이를 추스려갈 김총재의 구상에 일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김총재의 당내 장악력이 이완현상이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어 김총재의 리더십 발휘와 개혁세력의 원심현상이 어떻게 접목될지가 주목된다.
김총재의 첫 수순은 조기 당직개편으로 나타날 것이며,통합파를 중심으로한 개혁세력과들의 움직임 역시 벌써부터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총재가 위기관리에 있어 본능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단호한 자리개혁조치를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거의 무에 가까운 결과를 얻음으로써 존립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월 재야민주연합과의 통합으로 「제2창당」의 계기를 마련한 이후 이번 선거가 그 첫 시험대였고,더구나 시험의 토양이 반민자·반신민이라는 더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이기택 체제의 와해와 함께 민주연합과의 결합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증폭시킬 조짐이다. 우선 제2창당 과정에서 빚어졌던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분화작업이 뚜렷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2창당 당시 이총재를 중심으로한 주류측은 민주연합만의 흡수를 주장한데 반해 김현규·박찬종 부총재 등 비주류측은 정치원로 및 구정치인을 포함한 연대형식의 「확당」을 주장했던 것이다.
결국 당권을 쥐고있던 이총재의 주장대로 민주연합과의 11 결합을 이루었으며 이부영씨 등 민주연합측의 적극적인 협조아래 「이기택체제」를 어느정도 확고히 다졌던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박찬종·홍사덕씨 등 비주류측은 사실상의 당무거부에 들어가면서 이기택체제 밖으로 맴돌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총재의 강성드라이브는 이번 선거에서 그 절정을 이뤄왔다고 볼수있다.
이총재가 이부영 부총재를 중심으로한 민주연합파와 함께 후보자 공천에서 선거 운동까지 모든것을 1백% 장악해왔으며 비주류측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거전에서 완전히 수수방관의 상태에 머물렀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이총재 체제의 와해가 곧바로 비주류측의 득세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앞날은 더더욱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비주류측이 이총재의 당운영에 비판을 제기한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이번 선거를 포기해 버렸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관한한 이총재 쇠퇴의 반사이익을 받을 「자격」이 원천적으로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높다.
여기에다 이철·장석화·노무연의원 등 소위 「야권통합 3인방」의 이총재체제 이탈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들은 당초 주류이면서도 비주류측의 「연대확당」 방안을 지지했으나 현실성을 내세워 『이총재 체제로 이번 선거를 치른다』는데 합의했기 때문. 따라서 선거결과가 참패로 드러남에 따라 구속력이 약해질 수 밖에없고 개인적인 진로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주류와 비주류간의 알력,통합3인방의 자리잡기 등이 한데 어울려 상당기간 모양갖추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그동안 조직의 분화작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조재용·정병진기자>조재용·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