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최근 소리없이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김덕주 대법원장 취임후 6개월동안 보수의 대명사격이었던 대법원에 탈권위와 개방의 민주화바람이 활발히 불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인권보호와 사회정의실현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의 막중한 역할과 기능을 생각할 때 이같은 개혁의 움직임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기회에 과거에 붙었던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의 잔재를 말끔히 씻고 국민의 불편과 불이익을 강요하는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법절차나 재판관행도 과감히 고쳐 보다 국민들에게 한걸음 다가선 민주와 봉사의 사법부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그지없다.많은 국민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제길을 못찾고 있는 입법부와 행정부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오늘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권분립의 세기둥중 하나인 사법부의 각성과 거듭남은 국민들에게 한결 신선감을 준다.
사실 사법부가 안고있는 고질적 과제는 아직도 너무많다. 법관들 스스로 『사회 각 분야중 가장 뒤떨어진 영역중 하나가 재판제도』라고 고백할 정도로 시대와 국민의식의 눈부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채 일제때부터 전래되어온 권위·보수·비능률적 제도에 안주해 왔던 것이다.
여기에 「권력의 시녀」였다는 과거의 부담감,술자리 합석사건으로 치부가 드러난 법관의 도덕성 문제마저 겹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국민의 법률적 수요나 독립성과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유전무죄·무전유죄 소리가 남아있고,「법관자세가 달라진게 없다」고 보는 재야법조인이 과반수를 넘고 있음도 사실인 것이다.
이런 어려운 형편에서 사법부가 김대법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개방과 개혁의 논리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어서 할일도 많고 기대도 크다 하겠다.
우선 서열과 권위를 고집해온 대법관회의를 서열없는 원탁에서 열었다든가,지난 3개월간 각급 법원 법관들과 대법원장간의 솔직한 대화와 건의수렴과정 등을 통해 전문재판부 증설,지·분원간의 고른 인사교류,즉심제도 개선,소액민사재판의 야간 및 휴일개정시범 운영 등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사법부가 최근 민사조정제도의 모든 사건확대 적용,판결문 쉽게쓰기,법관회의 설치를 시행중이고 법원경찰대설치 계획백지화,총괄재판장제도 도입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불과 6개월의 짧은 기간에 비추어 괄목할만한 가시적 성과임을 알 수가 있다. 사법부의 궁극적 목표와 역할은 재판을 통해 법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로 모아진다. 최근의 새 바람이 자정과 개혁으로 끊임없이 계속되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판과 민주화된 사법부의 진정한 위상회복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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