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설쳐 지자취지 퇴색/후보들수준 기대미흡도 작용광역의회선거가 58.8%의 투표율을 기록한 사실은 예상외 수준을 넘어선 충격적인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당참여로 선거운동 과정이 치열했고 대권경쟁의 전초전으로까지 해석됐던 점을 감안하면,이번 이변은 우리정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날 집계된 58.8% 투표율은 역대총선 투표율에 20여% 떨어지고 지난 기초의회 선거때의 55%와 대동소이해 일단 「하종가」로 기록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정도 투표율도 40∼60%를 오르내리는 미영 등 외국의 지방의회선거와 비교할 경우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라는 견해를 펴기도 한다.
또한 호남과 영남 일부지역의 경우 지지성향의 편차가 뚜렷했고,시기적으로 농번기가 겹치고 날씨마저 좋지않아 국민참여가 적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75%이상이 「투표하겠다」는 응답을 보인 사실을 들어,우리국민의 2중적 의식내지는 개인주의 성향에 책임을 돌리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후봐들의 면면이 유권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인식되지 못할 정도로 「무명」이었다는 점도 저투표율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세는 저투표율을 국민의 정치불신이 혐오수준을 넘어섰다는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정당이 공천에서 선거운동 막판까지 전력을 투입,과열양상을 초래했고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자기선거처럼 전국유세를 했음에도 낮은 투표율을 보인것은 국민의 대정치권 반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천잡음,상호비방 등 온갖 잡음과 혼탁상황까지 초래한 이번 선거에서 이처럼 저조한 유권자 참여율을 보인 것은 정치권에 자성의 계기를 던져주고 있는게 중론이다.
○…역대 각종 선거는 대체로 투표율 70% 이상을 기록,열띤 분위기였다.
과거 52·56·60년 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자지제선거도 평균적으로 70∼8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농촌의 지역연고 의식이 크기때문에 지방선거가 주민의 지대한 관심속에서 치러졌다.
그만큼 도시건 농촌이건 소지역단위 연고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소지역단위 연고의식이 희박해지고,국민의 정치불신까지 겹쳐 「지자제무관심」이라는 어두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특이한 것은 지난 기초의회 선거에서 최저치를 기록한 서울과 인천이 각각 10%,11.2% 증가하는 등 도시지역의 투표율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당들이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대도시지역의 승패가 향후 정국주도권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판단,온갖 물량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전남,경북 등 지역의 투표율이 기초때 보다도 4%,1.6%가 각각 내려간 것은 이 지역의 후보우열이 비교적 극명하게 드러나 관심이 저조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반적인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나타낸 것은 「촌고도저」라는 기존의 선거틀을 깨뜨린 것으로 향후 선거양상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투표율은 당초 높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기초의회 선거가 30년만의 첫 지자제 선거였고 상당한 홍보가 있었음에도 후보자 경쟁률이 2.35대1에 불과했지만 광역후보 경쟁률은 3.32대1을 기록,상대적으로 높은 관심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정당개입 등으로 인한 선거관심 증대는 과열과 혼탁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권주자들과 정당이 너무 설치는 바람에 지방선거의 본래취지가 퇴색한 점이나,지난 기초때 자취를 감추는 듯한 금품공세·비방·폭력이 재생되는 징후도 보였다.
또한 정치지도자들간의 사상논쟁,공천잡음,관권 개입시비 등 구태의연한 악습이 재탕된 느낌마저 주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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