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를 균형있는 경제발전 계기로지난 70년대에만해도 해마다 겨울이면 수도 서울에서는 연탄파동이 일어나고는 하였다. 즉 계절적으로 크게 늘어난 연탄수요에 비해 서울로 석탄을 운반할 석탄운반용 화차가 터무니없이 부족하여 공급부족으로 인한 연탄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때마다 취해진 조치가 전국의 석탄운반용 화차를 총동원하여 우선적으로 서울에 배차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서는 연탄파동이 어느정도 진정될 수가 있었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겨울내내 석탄용 화차를 배정받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석탄공급과 관련된 모든 정부관리들의 생각은 다른 지방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일단 서울에서만 연탄파동을 막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모든 행정권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서 서울이 곧 전국이고 서울에서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의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의 행정체제는 건국이래 지금까지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즉 서울에 있는 관리들이 서울을 위주로 한 행정을 실시하다보니 아직도 지방이 서울에 비하여 크게 낙후되어 있어 여러 분야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부산지역에 기관장급의 고급관리가 80여명이 있는데 그중 가족을 동반하여 부산에 정착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다섯손가락 미만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서 부산에 근무하며 서울로 다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부산지역을 위한 행정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결국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이며 서울 지향적인 행정에 머물고 말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그냥 무심코 넘겨버려서는 안될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선 동양 최대규모의 수력발전 시설을 자랑하는 소양강댐이 완공된 것이 1973년인데 아직까지도 소양호 주변에는 전기가 안들어가는 곳이 5개 마을에 20여세대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발전소를 바로 옆에 두고서도 전기불을 커지 못하는 주민이 있는 반면,여기서 생산된 전기가 수백리 밖에 떨어진 서울에서는 하다못해 무허가 집에까지도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강원도에서는 전국 석탄생산량의 70% 이상이 생산되어 전국에 공급되고 있지만 그곳에서 거래되는 연탄가격은 전국 연탄가격 평균치인 1백90원 보다 오히려 높은수준이며,심지어 양구군의 경우에는 연탄 1장이 2백24원으로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요사이 파동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시멘트의 경우에는 강원도 주민들은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분진을 뒤집어쓰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정착 필요한양의 시멘트는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내 제2의 도시라는 부산조차도 예외는 아니어서,지금 부산은 심각한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에서 보내온 엄청난 양의 수출화물들이 선적을 위해 부산으로 들어오는데 이들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들이 시내중심가를 통과함께 따라 부산은 현재 전국에서 교통소통이 가장 나쁜 도시로 전락하였다.
만약 부산이 아닌 서울이었다면 도시 교통문제가 오늘날과 같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도록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강원도가 아닌 서울이었다면 발전소를 지척에 두고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와같은 서울 위주의 행정이 건국이래 40여년간 계속된 결과 전국에서 서울 하나만큼은 선진국의 어느 도시에 못지않게 변모되었지만 그밖의 대부분의 지역은 경제적으로 후진국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서울」 선진국과 「지방」 후진국이 병존하는 이상한 경제현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되는 지방의회 선거가 정치적 측면에서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지역 정치지망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의미도 있겠지만,그보다는 앞으로의 각 지역의 경제 발전과 후진성의 탈피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앞으로 다가올 지방분권화 시대에는 자기지역에서 최대의 전기를 생산하면서 전기의 혜택을 받지못하는 가구가 있다든지,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석탄과 시멘트를 전국에 공급하면서도 자신들은 전국에서 제일 비싼 가격을 주고 사서 써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느 지역이 가장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를 가졌는가를 평가할 때에는 그 지역이 지방자치 이후에 얼마나 빨리 지방 후진국의 상황을 벗어났는가 하는 점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겠다.
물론 앞으로 지방자치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독립이나 중앙행정부로부터의 행정권의 이양 등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일단 이번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지역별 경제발전을 통해 「서울」 선진국 「지방」 후진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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