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주도 신당태동 전망/보수원로·소유즈그룹도 정당조직 예상/「고르비」의 참여여부가 정국 좌우할듯보리스·옐친의 소 러시아공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소련의 정치권도 본격적인 다당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실시된 이후 소련의 정치권은 공산당의 일당권력독점이 폐기된 상황하에서 여러 정치세력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다.
소련 공산당자체도 이념적 상향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분열됐지만 민주세력도 단일노선과 조직으로 정비되지 못한채 혼선을 빚어왔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공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이 당선됨으로써 여러 민주세력들이 옐친을 하나의 축으로해 결집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공산당 내부의 혼란도 정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특히 극우세력을 포함한 갖가지 성향의 정치세력들이 참여,앞으로의 소련정치에서는 선거 이외의 수단으로는 정권을 획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정당조직결정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현할 정당으로서는 우선 급진개혁파와 공산당내 개혁파가 참여하는 「민주신당」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관련,예두아르트·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소련의 시장경제 정착 및 민주화개혁 가속화를 위해 집권 공산당에 필적하는 「크고 강력한 민주정당」의 결성을 역설한 바 있다. 또한 소련 개혁파의 중추적 조직인 「민주러시아」의 공동의장 유리·아파나시예프는 지난 14일 『공산당에서 이탈한 사람들과 가브리엘·포포프 모스크바시장 등 급진 개혁파의 주류를 중심으로 당이 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당에는 또한 아나톨리·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이 참여할 가능성도 높으며 러시아공 부통령에 당선된 알렉산데르·루츠코이가 이끄는 공산당내 개혁파 그룹의 하나인 「민주주의를 위한 코뮤니스트」 그룹의 참가도 확실시된다.
한편 이러한 민주신당의 결성은 옐친진영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 신당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가 향후 소련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는 공산당 서기장직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급진개혁파가 주도하는 신당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은 여전히 강력한 힘과 자금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조직화된 정치집단으로 남아있으며 군산 복합체 등 보수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고르바초프가 급진세력만을 권력기반으로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르바초프와 옐친,양자의 미묘한 경쟁관계도 고르바초프의 신당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오히려 공산당내 개혁파들과 보다 온건한 당외 개혁파들로 구성될 수 있는 사회민주주의적 색채를 띤 정당이 고르바초프에게 어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념적 차이에 따라 여러집단으로 분열된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를 계기로 점차 이념적 성향에 따라 쪼개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내 각 정파중 가장 보수적인 당원로들을 중심으로한 러시아공산주의자들과 인민대표대회내 보수파 대의원 5백여명으로 구성된 압력단체인 소유즈그룹 대부분은 사회주의적 정당을 조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직 공산주의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민주적인 체제를 지향하는 당내 지식인 그룹인 「마르크스주의 강령」 그룹이나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절충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가적 공산주의자」들은 사회민주주의적인 정당을 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남경욱기자>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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