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선거를 3일 앞두고 검찰이 갑자기 신민당의 공천부정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저의는 무엇인가. 선거의 대세를 쥐고있는 수도권의 판세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나온 이같은 발표는 누가 보아도 선거에 이용하려는 책략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다급해진 신민당의 과잉반발을 유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야당에는 불리하고 여당에게는 유리한 분위기가 촉발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검찰이 공명선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광역선거에서 가장 원천적인 선거부정에 대해 발본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나라 정치상황에서 「선거때 야당을 탄압했다」는 인상을 주는것이 정국경색의 빌미를 준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면 그것은 사려가 부족한 것이다. 선거부정도 파헤치고 선거분위기도 살릴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이고,그것은 선거가 끝난뒤 본격수사를 시작하는 방식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경찰의 움직임으로 보아 선거전에 소환절차를 밟는 등 수사착수를 할것 같지도 않았는데,3일을 참지못하고 충격을 가하는 행동을 한 이유를 많은 사람들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우리는 민자당의 유기준 의원의 공천부정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정치자금수수가 관행이 돼있는 이 나라 정치풍토에서 「강제수사의 선례」를 남기는 일이 매우 미묘하고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차기정권창출을 놓고 수단방법을 가리지않을 총선대선정국의 질서를 잡기 위해서도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선거부정은 말할것도 없고 공천부정과 같은 구조적인 부정에 관해서는 특히 여야를 가리지말고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사에는 사안의 경중이 있고 수사착수 시기의 선후가 있다. 특히 정치수사는 정치역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공천부정수사는 몇개의 유의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의원을 구속한 시점(6월5일)에서 야당의원에 대한 수사도 함께 이루어졌다면 형평의 원칙에서 어긋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뒤인 12일 신민당 김봉호 사무총장의 공천자금 수수해명을 계기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한 시점이었다. 선거운동이 이미 본격화돼기 시작했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선거정국에 악영향을 줄것이 뻔히 내다보였던 것이다.
검찰이 그 기간중 정치권의 흥정이나 야합으로 수사를 지연하거나 흐지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나 오해를 받으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최선의 길은 광역공천에 관한 부정은 광역선거전에 가려야 되는것이 바람직 하지만 여의치 못할 경우 선거가 끝난뒤에 흑백을 따져도 늦지않을 것이라는 묵시적 동의가 여론에 형성될수 있었던 것이다.
신민당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든간에 증거가 포착된 공천부정은 명확하게 그 진상이 밝혀지고 필요한 경우 의법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그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분명히 바람직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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