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소니TV·필립스면도기” 시간문제/외국 메이커들 직판 서둘러/일 「양판상」은 대만 70% 잠식오는 7월1일로 예정된 유통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춘 선진국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대거진출,유통업계를 순식간에 장악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은 가전·컴퓨터·식음료·술·가구·화장품 등 전품목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업은 물론 국내관련 산업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칠것이 확실시된다.
품질·서비스·자금력 등 어느하나 내세울게 없는 국내업계는 일본·미국·유럽 등 외국 대형업체들이 본격적인 한국시장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한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뿌리깊은 외제선호 심리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시장개방과 상승작용을 할 경우 개방이후 4년만에 국내시장의 70% 이상을 외제에 잠식당한 대만보다 더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이 붕괴되고 제조업마저 기반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대한 공략작전은 이미 실태조사단계를 지나 거점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번 시장개방이 전면개방은 아니지만 93년의 전면개방에 앞서 전초기지를 확보할 적기로 판단,지난 88년 1단계 개방때와는 달리 대한공략에 전력을 쏟고 있다. 1단계때는 1개 외국업체 당국내에 1곳의 도·소매매장 설치만 허용되고 그마저 매장면적이 2백12평 미만으로 제한됐으나 이번에는 10개 매장에 면적도 3백30평(개당)으로 확대됐기 때문.
외국업체들은 이정도 조건이면 자신들의 선진유통기법,충분한 자금력,더욱이 우세한 제품력을 동원할 경우 시장장악이 가능하다고 보고 파장공세를 펴고 있다. 시장개방의 파장이 가장 클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가전제품이다.
세계적으로 상술을 알아주는 일본의 대형가전양판업체(메이커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종류의 제품을 종합 할인판매하는 가전전문유통업체)들은 벌써 발동을 걸었다. 베스트전기,와코전기,조신전기,다이이치 등은 지난 86년부터 대만에 진출해 4년만에 대만 가전시장의 70%를 잠식한 「무서운 업체」들로 한국의 시장개방을 단단히 별러 왔다.
이들 일본 양판업체들은 생산은 않고 판매만 하는데도 연간 매출액이 1개업체당 8천억∼1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들인데 광고서비스,전시기술 등에서 한국 가전대리점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더욱이 이들 양판업체들은 국내 가전대리점들이 1개 메이커 제품만을 취급할수 밖에 없는데 반해 외제를 포함 온갖 메이커제품을 다룰수 있기 때문에 한국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것이 분명하다.
소니,히타치,산요 등 세계적인 일본 가전메이커들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니는 국내 인켈과 제휴,워크맨 컬러TV 등을 살포하기 시작했고 히타치는 국내가전 3사중 한곳과 손을 잡기위해 이미 기초조사를 마쳤으며 산요는 국내 전파상·대리점을 대상으로 서비스인력 스카우트교섭 등 두더지작전을 벌이고 있다.
유럽의 필립스사도 이에 질세라 롯데매니아와 손을 잡고 최근 서울 강남에 가전직매장을 차린데 이어 7월 유통시장 개방이후 전국적인 판매장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가전유통업체들은 비록 업체당 최고 10개만 매장을 설치할수 밖에 없지만 이들 매장을 전부 합치면 수백개의 외국 가전대리점이 국내에서 판을 치게되는 셈이어서 시장장악은 시간문제일 뿐이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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