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입저지 총력” 불편한 소 입장 고려/분쟁 예방체제 강화모색… 미선 내심 반대CSCE(전유럽안보협력회의) 외무장관 회의가 이 기구사상 처음으로 통일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19일부터 열린다.
이번 회의는 베를린이 갖는 상징성에 걸맞게 동서대결 질서붕괴후 동구 국가들이 느끼고 있는 안보상 「외로움」을 덜어줄 방안모색에 논의의 초점을 마추게 된다.
냉전시대 동국 국가들에 집단안보를 제공해 왔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금년초 해체된후 동구 국가들이 참여하는 안보기는 CSCE뿐이다. 알바니아를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와 소련,그리고 미국 캐나다 등 3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CSCE는 아직은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동구 국가들은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 서구동맹(WEU)이나 나토(NATO)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은 바웬사 대통령과 하벨 대통령이 나토 본부를 직접 방문,나토 가입 희망을 표방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나토가입 희망은 아직 「희망사항」에 그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련은 동국 국가들의 나토가입으로 서구 동맹과의 군사적 완충이 사라지는것을 결코 용납할수 없다는 경고를 거듭 내놓고 있다. 또 서구동맹측도 소련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동구의 혼미한 정세에 얽혀들지 않으려는 고려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코펜하겐에서 회동한 나토 16개국 외무장관들은 동구 국가들의 안보문제에 관해 『나토의 이해와 직결돼 있다는 선의 원칙을 표명하는데 그쳐 이들의 나토 가입을 완곡히 거부했다. 나토측은 동구 국가들에 폭넓은 정치·군사적 협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으나 이는 소련을 포함한 전체 동구권을 대상으로한 화해정착 조치의 일환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련은 동구 국가들의 서구동맹 편입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천명하고 나섰다. 소련은 군부 등 강경세력의 발언권이 높던 금년초 공산당 중앙위 국제부가 작성한 대동구 전략건의서(한국일보 6월8일자 보도)를 뒤늦게 공개,간접적으로 자신의 안보를 표명했다. 이 전략 건의서는 『동구권이 소련의 안보에 위해 요소가 되는 사태는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에너지 공급을 통제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소련의 이같은 경고 메시지는 석유 천연가스 등 소련의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동구 국가들에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지난 4월 소련과의 새로운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하면서 어떠한 형태의 적대적 동맹에도 가입하지 않을것임을 약속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나토 가입을 모색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같은 약속을 거부하고 있으나 소련과의 경제적 의존 관계를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운 입장이어서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불가리아는 인접 터키를 의식,소련과의 협력조약에 「상호원조」 조항을 만들었다.
이같은 동구권의 과도기적 안보상 고민을 논의할 이번 CSCE 외무장관 회의는 지난해 11월 파리 CSCE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분쟁 예방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집중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분쟁 발생시 34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없이도 긴급 회의를 소집,위기해소책을 논의할 수 있는 「비상체제」 마련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CSCE의 기능확대는 「동서화해시대 유럽의 공통 안보 협력」을 겉으로 표방하고 있는 각국의 실제이익이 엇갈려 말처럼 용이하지는 않다.
이는 서구동맹 중 미 영 등이 동구에 대한 잠재적 안보위협이 소련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는 반면 독일 등은 동구 자체의 민족간 분규 등을 주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데서부터 두드러진다. 이에따라 미국과 영국은 나토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CSCE의 기능확대를 내심 바라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은 소련을 포함한 동서유럽을 포괄하는 CSCE의 역할강화를 소련과 함께 적극 모색하고 있다. 독일은 CSCE강화를 통해 바르샤바 조약기구 해체에 따른 동구권의 안보적 공백을 메울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독자적 안보노선을 추구하는 「전통적 소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개최국인 독일의 겐셔 외무장관은 이번 베를린 회의를 전유럽 안보 평화질서의 실현을 향한 중요한 디딤돌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밝히고 있다.
독일은 CSCE 「분쟁예방 센터」를 동서대결 종식을 상징하는 베를린에 유치하려고 했으나 미영 등의 반대로 빈에 빼앗겼었다. 따라서 이번 베를린 회의에 걸고 있는 독일의 기대실현도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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