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밥풀때기” “바퀴벌레” 조롱/“이왕이면 내게 잡혀달라” 부탁도/전경 3천여명 사상초유 장기포위경찰의 명동성당 봉쇄작전이 17일로 11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민회의 관계자와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 등 사전영장이 발부된 6명을 검거하기 위해 26개중대 3천여명이 동원된 경찰사상 초유의 대규모 장기포위 작전으로 성당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채 갖가지 진풍경도 속출하고 있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지난달 18일 강경대군의 장례식을 치른뒤 명동성당으로 들어와 30일째 농성중이며 처음엔 느슨한 검문검색만 하던 경찰은 김귀정양의 부검이 실시된 지난 7일부터 성당을 완전 봉쇄한채 「고사작전」을 펴고있다.
사전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됐던 21명중 현재 성당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한상렬 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이수호 집행위원장,서준식 전민련인권위원장,강기훈씨 등 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범국민대책회의를 국민의회로 개편하는 작업을 위해 성당을 빠져나간 상태이다.
수배자들이 차트렁크·헌혈버스 등을 이용,성당을 빠져 나갔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전경 3천여명에다 서울시경 특수기동대 사복형사 5백여명까지 투입,성당입구와 주변 모든 골목을 봉쇄했으나 성당측의 강력한 반대로 성당내에서의 검거작전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수배자 6명을 포함해 모두 30여명에 불과한 농성자들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은 지난 14일 성당을 빠져 나오던 현주억 전노협의장직무대행(36) 1명만을 검거했을 뿐이다.
성당건물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경찰을 농성자들은 『바퀴벌레』라고 조롱하고 경찰은 농성자들에게 『밥풀때기』라고 응수한다.
농성자들이 『화장실을 가로막으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하면 잠복근무에 지친 경찰도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싶다』며 운동권의 구호를 흉내내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어떤 사복형사는 그동안 얼굴을 익힌 농성자에게 『기왕에 잡히려면 내게 잡혀달라』며 담배를 나눠 피우기도 한다.
미사가 있는 시간이면 신도를 가장해 수배자가 달아나지 않을까 경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농성자들도 신도들 틈에 사복경찰이 섞여 들어오지 않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15일 상오11시께는 혼인미사 하객들속에 섞여 수배자들이 빠져나간다는 소문이 나돌아 서울시경 3부장 이완구 경무관과 성희구 중부경찰서장이 직접 성당에 나타나 현장확인을 하는 소동도 있었다.
일반인들의 성당 출입은 비교적 자유로워 특히 강기훈씨의 어머니와 여자친구 이모양(24)은 매일 농성장에 들러 『결백을 확신한다』며 격려하고 건강상태를 돌봐주고 있다.
성당의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경갑실 명동성당 수석보좌신부 방에는 『왜 내보내지 않느냐』 『적극 보호해줘라』 등 엇갈린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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