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브르의 우산」이란 영화가 있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65년께 한국에 소개됐고 89년 8월 극단대중이 뮤지컬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자크·드미감독에 카트린·드뇌브,니노·카스텔루보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프랑스의 고전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았다.젊은 두 연인이 사랑하면서도 어머니의 반대와 남자의 참전 등으로 어쩔수 없이 헤어져 소식이 끊어진다. 그후 두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지만 모두 결혼이란 굴레에 묶인뒤라 그들의 사랑은 아쉬움과 그리움만 남긴채 우산속으로 사라져간다. 담백한 사건전개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최근 한국일보 여기자가 도버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쉘브르를 찾았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이름만들어도 섬뜩한 핵폐기물처리장을 취재하기 위해 간 것이다.
여기자는 의아함과 놀라움을 안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취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영화 「쉘브르의 우산」이 화제에 올랐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됐고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고 전하자 그곳 프랑스사람들은 『정말이냐』며 신기해하더라고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영화가 세계각국의 영화관에서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사실 등은 물론 한국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더라는 것이다.
이 여기자의 의아함은 놀라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영화덕분에 조금은 알려지게된 그곳 사람들은 「쉘브르의 우산」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팔고 있었다. 영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된 사실조차 잘모르던 그들은 처음엔 우산을 기념품으로 만들어 판다는 생각을 못했다. 언젠가 이곳을 찾은 한 일본인 사업가가 『왜 우산을 만들어 팔지 않느냐』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일본사람의 뛰어난 상혼이 이곳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이것이 여기자를 놀라게했다. 우산값도 4만5천원으로 비쌌지만.
쉘브르의 프랑스인들이 한국과 영화 「쉘브르의 우산」이 한국에서 상영된 사실 등을 잘모르는 것이 우리에겐 신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 프랑스 특파원은 『한국과 일본사람들은 그먼 프랑스 나들이를 너무도 간단히하고 그 간단한 만큼 여행 내용도 단순하다』고 부러움 섞인 비판으로 역습을 가해왔다.
그는 아무리 지구가 좁아졌다지만 한국은 프랑스 사람에겐 멀고 먼동쪽끝의 나라란다. 영어로 「Far East」(극동)가 이를 잘 말해주는 것으로 잘 모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만일 프랑스사람들이 동쪽끝의 나라인 한국 나들이를 한다면 일생에 몇번 없는 기회로 생각해 마음먹고 준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비해 한국과 일본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떼로 몰려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허둥거린다. 두 서너곳에 들러 소위 증명사진이란걸 찍는다. 그리고 너도나도 똑같은 물건을 산다. 식사도 한결같이 같은 음식을 주문한다. 식사가 끝나면 쇼핑한 물건도 잊어버리고 떠날만큼 우르르 몰려나간다. 그먼곳까지 무엇때문에 왔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조금은 가혹한 나무람을 했다.
중국의 신화사통신이 발행하는 종합참고지는 조선어판 최근호(9일자)에서 「무지하고 거만한 한국의 유람객들」이란 기사를 싣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천박한 돈자랑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프랑스 특파원의 꼬집음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년에 1백만명 이상 나들이하는 해외여행의 시대를 맞아 우리를 뒤돌아볼때다. 이젠 「외국에 간다」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어느곳을 어째서 찾는다」로 깊이있고 여유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왕좌왕하고 눈총받을 행동을 할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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