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개혁·개방노선은 그동안 보수 강경파와 급진개혁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균형 정치노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급진 개혁파의 기수인 보리스·옐친이 러시아공화국의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이러한 정치구도는 상당한 본질적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옐친의 승리는 몇가지 복합적인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러시아공화국은 소연방을 구성하는 1개 자치공화국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소련의 「거의 전부」라고 할수있다. 땅 넓이는 연방전체면적의 76%를 차지하고,인구는 51%,기름 91%,강철 58%를 생산하고 주요 농산물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따라서 러시아공화국 직선제 대통령에 옐친이 당선됐다는 것은 소련의 정치적 앞날을 가리키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라고 할수있다. 그나마 옐친은 애초에 예상됐던 것을 앞질러 안정적인 다수표를 얻어 당선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실상 지지하는 보수·중도파 리즈코프를 예상과 달리 압도적 표차로 눌렀다.
이것은 지난 3월 연방존속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해서 정치적 안정을 구축할 수있다고 계산했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뜻할 것이다. 이제 좌우 양쪽에 시계추처럼 오갔던 소련의 정치구조는 보다 왼쪽의 급진개혁쪽으로 한발짝 다가설 것이 확실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정부와 지난 4월 잠정적인 정치휴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옐친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이끌게된 러시아공화국은 보다 발빠른 개혁을 시도하게될 것이다.
이미 옐친은 토지 사유화와 러시아공화국군의 창설,발트 3국의 독립허용 등 상당히 급진적인 개혁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외교적으로도 옐친은 독자적인 미국·한국에의 방문외교를 공언해 왔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정부의 점진적인 개혁아마도 대충 5년에 걸치는 경제개혁에 앞질러 러시아공화국이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시도한다면 연방정부와의 사이에 새로운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옐친의 힘은 간선으로 선출된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과 달리 직선을 통해 당선됐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옐친 대통령이 러시아의 산업과 관료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기득권층을 뿌리치고 일방적인 개혁으로 독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르바초프=옐친 현상」으로도 불리는 기묘한 공생관계는 따라서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공생관계가 옐친의 승리로 한반도평화유지에 보다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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