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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당선으로 개혁 본격 궤도에/유동희특파원 현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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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당선으로 개혁 본격 궤도에/유동희특파원 현지분석

입력
1991.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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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선대통령 “역사적 사건”/정파갈등 선거통한 정화도 큰 의의/“고르비,경원겨냥 지원”설도보리스·옐친이 12일 실시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대로 낙승을 거둠으로써 소련의 정치개혁은 또 한차례 괄목한 진전을 이루게 됐다.

옐친이 2차선거까지 가지않고 1차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리라는 예상은 12일의 투표장 분위기에서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이날 상오 모스크바 시내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붙잡고 물어본 결과 한결같이 옐친을 찍었다는 대답이었다.

그들이 예친을 택한 동기의 공통분모는 옐친만이 변화를 가져올수 있는 인물이라는 대답이었다. 이들의 말을 통해서 모스크바 시민들이 왜 선거에 무관심한것처럼 보였으며 옐친 또한 선거 막바지까지도 모스크바시를 비우고 지방도시를 순회했는가에 대한 의문의 해답을 얻을수 있었다.

모스크바시는 옐친의 확고한 아성이었다. 때문에 별다른 선거운동을 벌일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다.

옐친의 직선 대통령 당선은 인구 1억4천7백만의 소련 최대 공화국 러시아공이 처음으로 주민이 직접 선출한 「행정수반」을 갖게 된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러시아공 최고회의(의회)에서 소수세력이된 공산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시 패배함으로써 러시아공 내에서 야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개혁주의자이며 비공산당원인 옐친의 대통령 당선은 공산당의 권력독점 포기와 연방정부의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비견되는 소련 역사장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임을 부인할수 없다.

이번 러시아공 대통령 선거가 갖는 또 다른 의의는 이른바 극우보수세력을 포함한 갖가지 성향의 정치세력들이 선거라는 민주절차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정화」했다는 점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반대해왔던 러시아 공산당이 리즈코프 전총리를 내세워 선거에 참여한 것은 말할것도 없고 마카쇼프 같은 군부를 배경으로한 초강경 보수주의자 역시 선거라는 민주적 정치과정에 참여한 사실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마카쇼프 같은 초강경 군부인물마저 더 이상 쿠데타 위협을 운운하지 않고 선거라는 절차에 참여한 사실은 소련 정치에서 선거라는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의미와 함께 비합법적인 정권 전복의 가능성을 한층 줄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옐친의 대통령 당선으로 고르바초프 연방 대통령의 옐친 대통령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서방 언론들은 『직선의 엘친과 간선의 고르바초프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측근인 바카틴의 출마와 관련해 고르바초프가 옐친의 당선을 실질적으로 지원했다는 주장도 이곳 현지에서는 꽤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지난 5월말 발표된 신연방조약 원칙 합의에 관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신연방조약 서명후 6개월내에 헌법을 개정하고 이후 또 다시 6개월내에 국가권력체(National Power Body)에 관한 선거를 실시한다고 돼있다. 이것이 연방 대통령 직선을 의미한다고 한다면 고르바초프는 그의 유일한 정치적 경쟁자인 옐친에게 실질적 권력을 안겨줌으로써 현 난국을 처리해야할 책임을 일정부분 떼넘겨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속성상 리즈코프의 표를 잠식할게 뻔한 바카틴의 후보로 나서게 한것은 이러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의 밑바탕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권력 게임상의 추론과는 별도로 고르바초프가 현재 옐친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소련이 처한 경제적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1천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서방원조가 필요하다고 고르바초프는 주장하고 있으며,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런던에서 개최되는 서방7개국 정상회담(G7)에 참석할 의사를 강력히 표명해왔다.

그러나 서방측은 좌우를 넘나들어온 고르바초프의 정치행태가 지난해 겨울부터 금년초까지 지극히 우경화한 모습을 보인데 대해 적지않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급진개혁을 표방한 엘친의 실권장악을 도와줌으로써 서방측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협력 지원을 얻는다는 게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옐친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미국과 서구를 순방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는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어쨌든 러시아공 대통령 선거는 지난해 겨울부터 게속돼온 소련의 정치적 긴장관계를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해소했으며 개혁파인 옐친의 당선으로 소련은 앞으로 경제문제와 민족문제 해결에 전념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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