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실시된 시 군 구의 기초의회의원선거는 깨끗하고 공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투표율이 평균 55%밖에 되지않아 다소 불만이었지만 분위기는 전례없이 조용하고 깨끗했다. 우리의 선거풍토도 이제 혼탁 과열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구나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할 정도였다.그러나 그런 기대와 희망은 시도의원을 뽑는 6월의 광역의회 선거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아마 사상 유례없는 타락선거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3개월전의 기초의회선거와 비교해서 이처럼 엄청나게 혼탁 과열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당주도 선거때문임이 틀림없다.
정당이 배제되었던 기초선거가 그처럼 조용했고 정당개입이 공식화된 광역선거가 이처럼 시끄러운 것을 보면 금방 알수있다. 한마디로 타락의 주범은 정당이요 거기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들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선 공천과정에서부터 그랬다. 공천을 둘러싼 가장 큰 잡음은 공천장을 사고파는 매매행위였다. 과거에는 공천을 사고 파는 일이 야당의 전국구의원 인선에서는 더러 있었으나 여당에서는 없던일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공연히 그것도 광범위하게 나타나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여야간에 다른 점이 있다면 여당쪽에서는 공천후보에게서 받은 돈이 지구당위원장의 호주머니에서 멈추고 야당쪽에서는 일부가 중앙당으로 들어간다는 것뿐이다. 큰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들은 거의가 돈을 주고 공천장을 샀다는 얘기들이다. 그것도 적게는 4천만∼5천만원에서부터 많으면 4억∼5억원까지 거래되었다는 것이다. 유세장에서는 후보들의 열변만 듣고 있을게 아니라아리나 유권자들이 나서 큰 소리로 물어볼 일이다. 『당신은 얼마나 주고 공천을 땄느냐』고 말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 정당이 배제되었더라면 「공천매매」라는 선거사상 초유의 타락상을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은 선거운동 양상이다. 각 정당이 14대총선과 다음 대통령선거를 의식해서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과열현상이 일어나지 않을수 없게 되어 있다. 마치 정권을 건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혈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들이다. 금품이 어지럽게 춤을 추고 유권자들은 향응에 취해 있고 폭력사태까지 나오고 있다.
불법타락에는 여야가 마찬가지여서 후보끼리 서로를 고발하는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선거시에도 허용된다는 정당활동을 빙자한 변칙 편법 선거운동도 지탄을 받고 있다. 중앙당 지도부가 몽땅 지방선거일선에 뛰어들어 종반전은 얼마나 더 가열될지 예상조차 할수 없다.
정당이 선거판을 망치고 있다는 소리들이 나오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정당에 대한 인기가 말이 아니다. 최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를 보면 투표시 정당을 고려하겠다는 사람은 6.9%에 불과하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근본원인이겠지만 이처럼 선거판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데 대한 국민의 감정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이쯤되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 배제되었더라면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다.
지난번 지자제협상때 왜 여당이 양보해서 정당이 개입토록 했느냐는 원망도 나오고 있고 야당이 정당개입을 그토록 고집한 것은 정치자금 때문이었느냐는 힐난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 자제하지 않으면 14대 총선이나 대통령선거 등에서 또 다시 외면당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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