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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발 사태/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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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발 사태/이병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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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각 정당이 이번 광역의회 선거에서 총력을 경주하는 것을 이해할수 있다. 정당이 선거의 주체이고 선거결과가 자신들의 향후 입지확보에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각당이 사력을 다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토가 용인될 수는 없다. 공정한 게임의 원칙이 준수되고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이 확보될때 정당의 선거에 쏟아붓는 노력이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정당의 태도는 이같은 기대를 다시한번 무산시키고 있다.

민자·신민·민주 등 각당이 나름대로 수집한 상대방의 부정선거 사례를 폭로하면서 무더기 맞고발 조치를 취한것도 실망을 주는 경우중 하나이다.

야당은 원래 선관위와 검·경 등 공권력에 의한 부정선거 단속의 실효성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며 자체적인 부정선거 감시를 해왔다. 야당의 이같은 행동에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측면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여당마저 맞불작전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부정선거사례를 폭로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여야의 무더기 맞고발 사태가 벌어졌다.

12일 각당이 경쟁적으로 폭로한 부정선거 사례는 1백59건이었고 이 가운데 맞고발이 66건이었다.

이날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위반 사례는 모두 1백21건이었고 이 가운데 11건이 고발됐고 17건은 수사의뢰됐다.

정당이 제시한 건수가 부정선거 단속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선관위의 실적을 앞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각 정당은 부정·불법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책임전가를 위한 맞고발을 계속하고 있다.

공권력의 감시망에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정당들이 부정선거 폭로전을 남용해 오히려 선거분위기를 혼탁시키고 있는 것이다.

맞고발된 66건에 대해서는 그 처리결과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부정선거 폭로와 고발이 선거홍보전 차원에서 획책되는 「못된 풍토」가 시정될수 있을 것이다.

정당은 선거전에서 정정당당해야 한다.

맞고발사태 같은 정당들의 무책임한 행태때문에 정당이 선거중에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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