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거짓말… 계속 외면못해/결백여부와 별개 법존중 차원”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용록 신부)가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의 대필용의자로 지목된 강기훈씨(27)에게 12일 검찰 자진출석을 권유한 것은 현실적 선택의 폭이 넓지않은 상황에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종교적 양심에 근거,중용의 고육책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평위는 강씨 문제에 대한 천주교의 최종입장을 정리,『조속한 시일내에 검찰에 자진출석할 것을 권유한다』고 통보하면서 『필요하다면 교회가 변호인단을 구성해 인권보호 등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촉구하는 공한을 검찰총장에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유서대필공방에 대해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것이 분명한 이상 국민들의 혼란을 막기위해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하며 진실규명 방법은 합리적인선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추기경은 특히 이 문제가 종교인으로서 더이상 외면할수없는 「양심과 도덕」에 관한 것이라는 판단에서 지난 9일과 10일 두차례 서울대교구청 박신언 신부를 문화관 2층 농성장으로 보내 강씨와 전민련 서준식 인권위원장의 입장을 청취하도록 했었다.
강씨는 이때 자신의 결백을 다시 밝히고 『홍양의 공개증언과 공정한 수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선 수사에 응할 수 없으며 특히 광역의회 의원선거 여론조작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20일전까지는 성당을 떠날수 없다』고 말한것으로 알려졌다.
박신부의 보고를 듣고난 김추기경은 11일 서울교구청 각 국장신부들과 명동성당 주임·보좌신부들을 불러 회의를 연끝에 정평위소집을 지시했다.
정평위는 다시 경갑실·최용록·오태순 신부과 강수빈 조경대변호사 등 5명으로 소위원회를 구성,12일 하오4시40분부터 2시간여동안 강씨와 서씨도 참여시킨 회의를 연뒤 추기경의 추인을 얻어 강씨측에 최종결론을 통보했다.
정평위의 결론은 ▲강씨의 유·무죄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현실적으로 강씨가 검찰에 자진출석해 자기신념대로 진실을 밝히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며 ▲공정한 수사·재판과 강씨의 인권을 위해 교회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경갑실 명동성당 수석보좌신부는 『교회가 강씨의 인권보장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이미 사전영장이 발부된 사람을 보호한채 공권력 투입을 계속 거부해 국가의 법질서를 거스를 권한은 갖고 있지않다』고 설명했다.
경신부는 또 『오갈곳 없는 약자를 보호해주는 것은 교회의 임무이지만 강씨는 이미 넓은 의미에서 교회의 보호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강씨가 자신의 진실을 규명하도록 돕는 것이 더 큰 보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신부는 특히 『교회가 강씨의 결백여부에 판단을 내린 것은 결코 아니며 공권력에 순응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권유를 한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평위와 달리 지난 11일 검찰수사의 조작의혹을 지적하고 제3의 장소에서의 공개수사를 요구했던 정의구현 전국사제단도 『얼핏 강씨의 결백을 믿지못해 자진출석을 권한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백을 확신하기 때문에 검찰에 가더라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을 수도있다』고 정평위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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