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질문 즉석 답변도/유세강행 옐친은 불참/유권자 1억명… 과반미달땐 2차투표【모스크바=유동희특파원】 러시아공 대통령선거를 이틀앞둔 지난 10일 모스크바에서는 두가지의 중요한 정치행사가 있었다.
하나는 시내 모스크바 호텔앞 마네츠 광장에서 개최된 친옐친 군중집회였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 후보자들간의 원탁TV토론 이었다.
두 행사모두 옐친이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김빠진 맥주」꼴이 되었지만 소련 정치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는 충분했다.
옐친은 이날까지도 모스크바를 비워둔채 그의 고향인 스베르들로프스크시에서 막바지 표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모범적인」 정치집회를 연상시키는 이날의 집회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못한 유권자들에게 옐친을 지지하도록 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옐친 지지자들간에 결속을 다지는 일종의 단합대회같은 성격을 띠었다.
모두 4만∼5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 이 집회는 옐친을 대통령후보로 옹립한 「러시아 민주운동」에 의해 하오 7시부터 8시30분까지 개최되었다.
행진이나 시위는 없었으며 옐친의 포스터와 그의 정치적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든 열성적인 지지자들만이 소그룹별로 계속 광장에 남아 활발한 토론을 벌일뿐이었다.
이날 하오10시에는 모스크바 중앙TV를 통해 옐친을 제외한 러시아공 대통령 후보 5명의 원탁토론이 생방송됐다.
TV 저널리스트·정치분석가인 페수니안코가 사회를 본 이날의 토론은 진행방법부터가 독특했다.
각 후보자들은 정치 경제사회로 나누어진 각 주제별로 5분간의 제한시간 동안 자신의 주의 주장을 밝혔으며 한주제가 끝나면 그동안 전화를 통해 접수한 시청자의 질문을 후보자가 즉석에서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첫번째 발표자인 바카틴 후보는 소련이 현재 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는 이행기적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이행기적 상황에서는 성급한 결정은 인기를 끌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당 당수인 올해 44세의 최연소후보인 지리노프스키는 마네츠광장에 모인 옐친의 지지자들이 『옐친』 『옐친』이라고 연호하는 것을 1917년 2월 혁명직후 망명지인 스위스로 부터 핀란드지역에 도착한 레닌을 향해 군중들이 『레닌』 『레닌』을 연호한것에 빗대 『옐친은 현대판 볼셰비키』라고 비아냥댔다.
현역 육군중장으로 볼가우랄군구 사령관인 마카쇼프는 군복정장차림으로 출연,사유화제도의 도입은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착취를 초래할 것이라는 고전적 명제를 재강조한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신흥 부르주아 계급에 중과세하겠다는 초보수적 정강을 발표했다.
리즈코프 전 총리는 각 후보자들에게 소련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현재의 정치적위기가 계속 될 경우 도저히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즈코프는 이어 급속한 정치개혁의 여파로 연방정부와 각 공화국간의 역할이 정립되지 않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않는 사태가 초래됐다고 전제한 뒤 신연방조약을 조속히 체결해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선거는 12일 실시되기에 앞서 개표시간을 맞추기 위해 10일 북극해의 섬과 원거리 석유시추장 등에서 먼저 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1억5백만명이며 한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첫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투표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1차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2주 이내에 2차투표를 실시해야하며 2차투표에서는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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