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초혼제」 대한민국문학상 수상/80년대 중반부터 여성운동 큰 족적9일 취재차 지리산 등반중 불의의 실족사고로 타계한 시인 고정희씨(43)는 생전의 시작업에서 냉철한 현실비판 의식과 미학적 성취를 함께 갖춘 탁월한 문인이었으며 80년대 중반 이후 「여성해방문학」을 중심으로 여권신장 운동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분방한 활동가였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후 75년 월간 「현대시학」에 시 「부활 그이후」 「연가」 등이 추천되어 등단한 고인은 기독교적 세계관과 고향인 전남 해남의 남도정서를 담은 첫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이후 근작연시집 「아름다운 사람하나」에 이르기까지 8권의 시집을 남겼다.
그 가운데 남도의 판소리가락을 녹여낸 장시집 「초혼제」로 83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89년에 펴낸 「저무덤 위에 푸른잔디」에는 「어머니」를 축으로 여성해방의식을 집중적으로 표출했다. 미학적 성취를 이루면서도 그의 시는 기존의 여류시에서 자주 지적되던 애잔함이나 섬세한 파문에 의존하기보다는 장중하고 웅혼한 문체를 보여 여류이면서도 「우리시대에서 가장 남성적 리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혼이면서도 독신주의를 고집하거나 자폐적이지 않았고,건강한 인간관계를 추구한 고인은 개인적 고독을 분방한 사회활동으로 발전시켰는데,지난해까지 민족문학작가회의 여성문학 분과위원장을 맡았으며,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연구원을 거쳐 89년에는 「여성신문」 주간을 역임했다.
장례는 11일 상오10시 광주 기독병원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와 광주·전남 민족문학인협의회 주관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062)5281046<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