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화산폭발 온다” 주민들 대피소동/화쇄류 분출… 피해범위 확대예상/시내일부 한순간에 「유령도시」로【동경=문창재특파원】 규슈(구주) 운젠(운선) 화산 폭발로 근래에 없던 재해를 입은 나가사키(장기)현 시마바라(도원)시에 대규모 소개령이 내려져 소동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마바라시 당국은 7일밤 운젠산 동쪽 산자락에서 해안지역에 이르는 4개 마을과 인접군의 일부지역을 새로 피난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은 모두 8개로 피난대상주민은 8천5백여명으로 늘었다.
대피령이 내려지자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취사도구 냉장고 등 꼭 필요한 가재도구만 챙겨 허둥지둥 마을을 떠났다. 공장 상점 호텔 등도 다급히 셔터를 내리고 종업원들에게 「당분간 자택대기」를 통보했다. 주민들이 빠져나간 마을과 상점가의 도로에는 곳곳에 「통행금지」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시마바라시가지의 일부는 한순간 유령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대피소동은 86년 이즈오시마(이두대도)의 미하라(삼원) 화산폭발시 1만명 가까운 섬주민들이 육지로 소개된 이래 5년만의 일이다.
시마바라시당국이 한밤중에 긴급대피령을 내리지않을 수 없었던것은 『언제 대규모 폭발이 재발할지 알수없다』는 학자들의 의견과 전문연구기관의 모형실험 결과에 따른것이다.
지난 3일의 대폭발때처럼 관측계기에 전혀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언제 어떤 규모의 폭발이 있을지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학자들은 1백98년동안 휴화산상태였던 운젠화산이 작년 11월 분연을 내뿜기 시작한 이래 단속적인 화산활동이 지속돼왔고 화산활동 패턴이 1만5천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1792년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3일의 폭발보다 더큰 화산활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지진활동의 진원은 시마바라반도 서쪽의 지하심부로부터 서서히 동쪽으로 옮겨 운젠산의 주봉인 보현산에서 터졌다. 이 활동 경과는 1792년의 대폭발때와 같은 것인데다 3일 이후에도 소규모 화쇄류가 계속 분출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용암류가 분출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계속 활동중」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다만 1792년의 피해는 산이 붕괴되고 큰 용암류가 흘러내려 일어난것이지만 이번 피해는 화쇄류때문이라는 점만이 다르다. 화쇄류란 뜨거운 화산재와 돌이 지하에서 분출된 가스 및 수증기와 함께 시속 1백50㎞ 속도로 덮쳐오는 현상. 속도가 빠르고 피해면적이 엄청나게 넓어 용암류보다 훨씬 무섭다. 화쇄류 한가운데의 온도는 최고 6백도나 되기 때문에 이것이 스치고 지나간곳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전멸하고 만다.
또 한가지 불길한 조짐은 대폭발 이틀후인 지난 5일 화구 부근에 또다시 거대한 용암괴(용암이 식어서 형성된 바위)가 출현했고 화구의 동쪽 경사면에 길이 1백m 규모의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 지난번 대폭발 직전에도 전천후 야구장인 동경돔과 같은 규모의 용암괴가 화구주변에 형성됐다가 바로 밑에서 끓어치미는 가스와 수증기의 작용으로 이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폭발했었다.
5일 두번째로 형성된 용암괴는 지금 서서히 부숴지고 있는 중이다. 화구상공에서 헬기를 타고 관측하고 있는 규슈(구주)대 이학부 다나카(전중철야) 교수는 『예상 이상의 속도로 지하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용암괴의 규모로 보면 화쇄류의 규모는 엄청나게 클것같다』고 말했다.
또 홋카이도(북해도) 대오카나(강전홍) 교수는 『용암괴가 더 커지면 다른 방향으로 화쇄류가 흘러갈 우려도 있다』면서 피해범위가 더 커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3일의 대폭발이후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고 나서 화산관측 활동의 큰 과제로 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일본의 지진관측 기술로도 화쇄류의 유형이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에 증명됐다. 관측계기에 아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경계를 늦추었고 그때문에 화구 5백m 지점까지 보도진의 출입을 허용함으로써 34명의 희생을 초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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