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회 “미약”… 정치행태는 “한심/자기권리만 주장… 민주역량은 제자리/입신지향 사이비 정치인 도태시켜야50년대초 미국의 맥아더장군이 한 말로 기억한다. 당시 그는 일본의 민주주의가 12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오늘의 우리민주주의 연령을 가늠한다면 후하게 봐준다고 해도 10세를 갓넘었지 않았나 싶다.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판정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다. 정치제도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는 제법 민주주의 의상으로 치장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그러나 수년전까지만 해도 군부독재라는 말이 예사로 들려왔고 지금도 인권은 제도의 그늘속에서 쉽게 유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민주적인 정치제도의 긴요한 요소의 하나로 간주되는 지자제는 금년에 이르러 경우 소생하게 됐지만 공안을 다스리는 기관은 아직 국민의 손에 쥐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자유를 비롯하여 신앙,출판,결사 등의 민주주의 품목에서 전에 비하여 다소 자유의 신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권력의 핵심에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민주발전이 여러가지 이유 내지 구실로 지연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의식면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성향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해방후 줄곧 민주주의가 주문처럼 외쳐지는 사회적 풍토에서 살아온 탓으로 권력의 부정과 횡포에 대한 저항의식은 상당히 강하게 함양되어 왔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도전과 저항의 대상이 될때는 태도가 다분히 권위주의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비단 정치분야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고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쉽게 감지되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는 참으로 실망을 금치못하게 한다.
여야할것 없이 대부분의 정치지도자들은 자기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강한 신분지향 의식을 지니고 있다. 마치 옛날의 상전이 머슴을 대하듯이 국민에게 군림하려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정치지도자에게서 볼수 있는 민주적 소신과 책임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들에 비하면 일반국민의 민주의식은 근자에 이르러 괄목할만큼 향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것은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 우리는 민주사회의 토대를 굳건하게 다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주의식과 책임감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지않나 싶다.
우리는 자기사정만 안타깝게 느껴져 남의사정을 살필 마음의 여유를 갖지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권리만 주장되고 의무는 도외시된채 민주적 질서가 크게 흐트러지고 사회는 통합력이 약화된다.
동시에 개인의 정체감이 상실되고 사회는 애노미(무규제)와 애퍼시(무감각) 같은 병폐를 야기시키는 등 여러가지 불건전한 현상을 노정하게 된다.
우리 민주주의의 이같은 후진성과 취약성은 역사적인 정치풍토의 각박성과 경직성에서 그 주요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나싶다. 권위주의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탱된 조선조의 중앙집권적 관인체제,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혹했던 일본의 식민지통치체제,이어서 강대한 두개의 공산국가에 의해 옹호된 북한체제의 출현.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세력이 튼튼하게 성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일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풍토가 다소 덜 가혹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외세의 힘에 휘말리는 일 없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사태를 바른 길로 수습해 나갈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민주역량도 일찍부터 크게 자랄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의 민주역량은 교육신장에 따른 자주의식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입각한 자립도의 강화,그리고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협동체 형성 등으로 인해 근년에 이르러 크게 향상되고 있다.
동시에 독재정치가 급속히 소멸돼가고 민주주의 신념이 강력히 퍼져가는 세계적 추세에 힘입어 우리의 민주발전은 앞으로 더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될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튼튼한 토대위에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이비 민주정치 지도자들을 도태시켜야 한다.
이 작업은 언론의 비판적 기능과 전문인의 지적지도 등의 도움을 받는 가운데 탄력성있게 전개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가정과 지역사회를 새로운 민주이념으로 재건하는 동시에 각자가 일하는 직장을 경제적 활동의 장소로만 생각하지 말고 생의 보람을 찾고 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체가 되도록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론 교육이 출세와 행세의 방편으로 이용될게 아니라 옳은 가치관으로 인격을 가꾸고 인간관계를 훌륭하게 유지해나가는데 큰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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