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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폭행」후 대책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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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폭행」후 대책회의 딜레마

입력
199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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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악화로 집회참여 인원 격감/당국 대대적 반격에 자금난까지/「정권퇴진」 수정 현실적운동 모색할듯지난 4월26일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긴장상태가 계속된 시국상황은 7일 김귀정양의 합의부검과 8일 제5차 국민대회를 고비로 뚜렷한 진정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시국상황을 주도해온 「공안통치 분쇄와 민주정부수립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는 이러한 막바지 상황속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범국민대책회의는 8일 상오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김귀정양의 직접사인이 무엇이든간에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므로 정권 퇴진운동을 벌여나가야 할 명분과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외견상 여전히 자신감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책회의는 8일의 국민대회에 이어 10일 6월항쟁계승대회,10∼12일 김귀정양 장례식,15일 한진중공업 노조 박창수위원장 장례식 등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지속적인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표면적 자신감과는 달리 대책회의는 사실상 한국외대생들의 정총리 폭행사건 충격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타격은 이 사건으로 크게 악화된 여론의 방향이다. 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외대 사건을 「노교수에 대한 패륜아들의 행패가 아닌 공안내각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로 해석하거나 최소한 「흥분한 일부 학생들의 우발적 실수」로 해석,애써 여론을 진정시키려 노력해 왔으나 이 사건이후 대학가 집회 참여인원이 현저히 줄고 지난 6일에는 고려대 앞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가로막고 나서는 등 여론의 외면이 현실로 나타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없이 절대로 김양의 부검에 응할수 없다던 대책회의가 7일 선선히 부검에 응한것도 여론의 변화를 의식한 때문이다. 대책회의의 한 관계자가 부검합의후 『만약 백병원에 3천명만 모였어도 부검에 합의해줄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놓은 사실은 이같은 고민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책회의는 8일의 제5차 국민대회를 분위기회복의 계기로 크게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대규모 군중동원에 실패함으로써 좁아진 입지만 재확인한 모양이 돼버렸다.

대책회의는 이 대회에 앞서 그동안 투쟁역량 축적으로 언제든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 동원을 자신해왔다. 여론외에도 대책회의의 운신을 옭죄는 요소는 많다.

우선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세를 감수해온 공안당국이 외대사건을 시국분위기 반전의 호기로 판단,수배자 검거와 문익환목사 재수감 등 대대적 반격에 나섬으로써 대책회의의 대량 인적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다른 문제는 장기 농성에 따른 심각한 자금난. 현재 소속 55개 단체중 할당금을 제대로 내는 단체는 전교조와 전노협정도이고 적잖이 도움이 되던 가두모금도 외대 사건이후 크게 줄어든 형편이다.

대책회의는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로 빠른 시일안에 진보적 성격의 상설정치 조직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 상설조직이라야 물가·주택 등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지도부가 구속되는 등 손실을 입어도 조직유지가 가능,범민주세력의 구심점 위상을 지속해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회의는 또 당초의 광역의회의원선거 전면 거부입장을 수정,반민자당 운동을 위한 합법투쟁의 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두달째 장기농성과 가두투쟁에만 몰두,선거를 둘러싼 정치권의 변화에 둔감했고 국민생활에 현실적 변화를 가져올 지자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결국 외대 사건이란 자충수로 수세에 몰린 대책회의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정권퇴진 주장 일변도에서 보다 현실적인 운동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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