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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중재인사들도 있었다/공동부검 합의 뒷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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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중재인사들도 있었다/공동부검 합의 뒷얘기들

입력
199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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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기경·경갑실·장용주·함세웅신부 거명/김양 어머니 설득엔 유가협회원 공이 으뜸/사복조 「밥풀때기」위장 진입작전 한때구상장을병 성균관대 총장 등 4명의 중재노력으로 평화적 해결을 보게된 성균관대생 김귀정양의 부검·장례공방의 이면엔 많은 비화가 숨겨져 있다.

장을병 총장,박형규목사,유인호 중앙대 교수,한승헌변호사 등 4명은 36개 중대 4천여명의 경찰이 백병원 주변에 포진,「작전개시」 명령만 기다리던 6일 하오4시께 명동 로얄호텔에서 만났다.

이들 4명의 「평화사절단」이 백병원 영안실에서 대책위 장기표 집행위원장에게 부검에 응할것을 요청하고 하오6시께 중부경찰서로 성희구 서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서장실에서 경찰·병원·소방서 관계자들간에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 4명은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경찰과 대책위가 중재안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대임을 끝내 성사시켰지만 그들외에 또다른 숨은 중재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에 의하면 본인이 원치않아 신원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명동성당의 모인사가 사절단 구성과 경찰·대책위간 대타협에 엄청난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찰과 범국민대책회의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기울였던 경갑실 명동성당수석 보좌신부,설인종군 폭행치사 사건때 학생들을 자수시켰던 장용주신부,이들 4명과 친분이 두터운 함세웅신부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나서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있다.

경찰은 『이 「성당쪽 사람」은 과거 다른 시국문제에서도 평화적 해결사 노릇을 여러번 했다』고 말하고 있다.

완강히 거부하던 김양의 어머니 김종분씨(53)가 부검을 받아들인데는 장총장 일행의 눈물어린 호소와 함께 강경대군 아버지 강민조씨(50)와 박종철군 아버지 박정기씨(62),이한렬군 어머니 배은심씨(56) 등 민주화실천 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의 공이 가장 컸다.

이들 유가협 회원들은 마침 지난 88년 분신자살한 숭실대생 박래전군의 3주기 모임을 모란공원 묘지에서 갖고 서울로 돌아오던 참이라 쉽게 연락이 됐다고 한다.

7일 상오11시30분을 D데이 H아워로 결정했었던 경찰의 작전계획에도 뒷얘기가 많다. 경찰은 당초 정공법과 특공작전을 놓고 고심끝에 정공법을 최종선택했으나 특공작전중엔 기상천외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우선 영안실 맞은편 영락교회 마당을 가로질러 교회 뒷문을 열고 영안실을 기습 점거하는 방법이 검토됐고,환자를 가장한 사복경찰 1백50명을 병원 13층 강당에 집결시킨뒤 4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영안실로 쳐들어가는 「고공낙하작전」도 나왔다. 응급환자 수송용 앰뷸런스 몇대에 경찰을 태워 영안실로 들어가는 방법과 머리가 긴 사복형사들을 「밥풀때기」로 위장시켜 바리케이드 주변에서 화염병 시위를 벌이게 한뒤 경찰에 밀려 영안실쪽으로 밀려들어가도록 하는 「위장시위작전」도 구상됐었다.

또 장총장 일행과 경찰의 협상이 쉽게 풀린데는 중부서 관할에서 오래 목회를 하며 「미운 정」이 많이든 박형규 목사와 경찰의 친분,경무과장 이병호 경정이 성대 동문인 점 등 인간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끝까지 대책위를 이끌며 합리적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고심한 장기표 집행위원장의 노력은 검·경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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