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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것인가(전대협의 선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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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것인가(전대협의 선택:하)

입력
199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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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민주주의 지향 “사회주의 이행의 전단계”/교조주의적 현실인식… 충격적 투쟁양태 돌출/합리적 운동·폭력의 늪 기로에지금 전대협이 지향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변혁방향은 무엇인가.

전대협 강령은 『7천만 겨레의 염원인 자주·민주·통일의 새 조국 건설』이라는 수사적 표현을 쓰고 있고 「제5기 전대협 정기총회 자료집」중 투쟁노선은 『이제 남한변혁은 92,93년 격돌을 통과하면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변혁의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민주화와 반독재를 표방하던 70년대의 낭만적 학생운동은 80년 광주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충격을 거치면서 명확한 사회변혁 운동으로 전환했다.

80년대초반 학생운동권 내부의 C(CDR·시민민주혁명론)­N(NDR·민족민주혁명론)­P(PDR·민중민주혁명론) 논쟁때부터 시민민주혁명론은 이미 언급의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현재는 NLPDR(민족해방 민중민주의의혁명론)든 AIAFPDR(반제반파쇼 민중민주주의혁명론)든 모두 민중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그 방법론은 「혁명」인 것으로 돼있다.

민중민주주의의 주체인 민중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치·사회학적으로 아직 논쟁이 계속되는 상태이나 운동권은 이를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기층세력들의 「계급연합」으로 풀이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NLPDR를 표방하고 있는 전대협은 민중민주주의가 관철되는 통일민족국가 건설을 운동의 최종목표로 삼고 있는 셈이다.

전대협은 『민중민주주의가 곧 사회주의냐』는 질문에 뚜렷하게 답변하지않고 있으나 운동권 내부의 팸플릿(소책자)들은 사회주의 또는 사회주의 이행의 전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운동권중에서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같은 조직은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명확히 내걸고 있다.

전대협 5기 「총노선 결의문」은 『원수미제를 용암으로 불사르고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하는 것은 이 민족 제일의 과제이다. 식민예속의 장막을 헤치고 자주의 산맥을 향한 대장정에 나서자』 『노태우 민자당 무리를 거대한 해일로 격퇴하고 민주주의를 소생시키는 것은 미룰수 없는 과업이다. 독재의 굴레를 바수고 참민주의 대해로 출정의 돛을 달자』는 등 전투적 선동을 하고 있다.

또 『원한서린 반세기 분단장벽을 태풍으로 갈라치고 갈라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 것은 이 민족최대의 숙원이다.

비운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의 광장으로 억세게 달려나가자』는 통일지상주의와 『사랑과 믿음으로 하나되는 학생회는 구국운동의 요새요,생활과 학습의 근거지이다. 자주적인 백만의 어우러짐으로 이제는 전총련을 준비하자』는 총학생회론도 나타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변화로 상당수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역사적 전망의 상실』을 자인하고 새로운 운동론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대협은 이같은 논리와 정서로 「승리」를 굳게 믿는 교조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가의 대자보전에선 NL이 PD를 가리켜 『한국사회를 혁명 전의 러시아로 보는 교조주의자들』이라고 매도하고 PD는 NL을 『주사귀신에 사로잡힌 교조주의자들』이라고 꼬집는 등 서로 교조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대협의 교조주의적 현실인식은 『모든 운동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고 스스로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거친다』는 운동의 대진리와도 모순되는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교조주의의 신봉으로부터 국민감정에 맞지않는 돌출적이고 충격적인 투쟁양태가 생겨나는 것도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당연히 대학에는 토론과 논쟁이 사라지고 좌우의 교류에 의해서만 가능한 학문적 성과도 설 자리가 없다.

전대협 집회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이 전대협 노선을 모두 이해하고 체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대협이 그 나름대로 경제적 불평등·분단의 고착화·민주화의 미비점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분석해내고 문제제기 하는데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대협의 교조성은 다른 지식인 집단이 침묵하는 동안 과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오면서 민주화운동의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고 다른 대안으로서의 운동세력이 부재한 대학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결국 전대협은 우리사회가 그들이 지적하는 모순점들을 점차 해결해가는 쪽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감에 따라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기존정당이나 새로운 진보정당,사회운동 단체들이 이들의 정치적 욕구를 받아들여 학생의 정치·사회활동장으로 넓혀질수 있는 완충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대협은 지금 과거 학생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아 진정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합리적 운동체로 탈바꿈할 것인가,대중의 지지를 잃은 다른 운동의 행로처럼 교조주의와 폭력화의 늪에 빠져들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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