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산책길에서도 선거철임을 실감한다. 광역의회선거 운동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선전쪽지를 돌린다. 집을 나서면 흩어진 인쇄물들을 밟고다닐 형편이다. 똑같은 선전쪽지를 귀찮으리만큼 받아들면서 한편으로 돈이 아깝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함판 사진에 깨알같은 글씨로 찍어넣은 화려한 경력이 과연 얼마나 관심을 모을지 의문이다. ◆기초의회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회의원들이 개원하기가 바쁘게 경조비 지출에 비명을 올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명에서 갑자기 유지가 되었으니 그만한 대가를 지불함이 당연하리라는 생각도 할만하다. 그러나 잘못은 여기서 비롯된다. 회의비나 받고 내고장을 위해 봉사하는데 체면 치레의 비용을 얹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들은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부의 공직과 재벌급 기업의 요직엔 품위유지비라는 것이 따로 제공된다고 한다. 명목이 자못 그럴싸 하다. 한눈을 못팔게 하고 부패의 유인을 차단하려는 의도는 이해할만 하다. 여기서 말하는 품위란 부패와의 단절임은 당연한 일이다. 체면도 살리고 깨끗하게 임무를 처리하라고 비용 분담임이 분명하다. ◆수서사건으로 구속된 한 여당중진의원은 정치자금으로 한달에 보통 5천만원을 썼다고 변호인 자료에서 밝혔다. 이 가운데 경조비가 한달동안에 8백만원쯤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마당발 같아 접촉범위가 넓겠지만 상상을 넘는 액수임은 분명하다. 국회의원쯤 되면 품위를 유지하는데도 이만한 돈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시비를 떠나 정치의 소비성이 얼른 짐작이 간다. ◆경조비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지탱케하는 아름다운 풍속이다. 허례에 허식이 겹치다보니 부담이 날로 늘어간다. 허세를 부리는 것도 곤란하지만 허세를 기대하는 것도 삼가야 옳을 것이다. 경조식에 대형화환이 적으면 기가 죽는듯한 시속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임이 정상이 아닌가. 깨끗한 사회를 원한다면 병든시속도 고쳐가야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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