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끝없는 대결시국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에게 6일 밤 김귀정양 부검합의 소식은 오랜 가뭄끝에 한줄기 소나기를 만난듯한 상쾌한 청량감을 주었다.연일 계속된 화염병·최루탄 공방에 신물이 나있던 사람들은 7일 공권력 투입·결사항전의 대충돌을 향해 제동풀린 기관차처럼 마주 달리는 당국과 대책위의 힘 대결을 절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터여서 이날의 합의는 글자 그대로 「극적」인 것이었다.
타결의 주역은 물론 양측 당사자가 아닌 장을병 성균관대 총장을 비롯한 「평화사절단」 4명이었다.
이들은 6일 하오5시부터 대책위와 검·경찰 사이를 오가며 양측의 「충돌불사」 각오를 되돌려 타협의 공감대를 이뤄냈으며 『딸을 두번 죽일수 없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부검을 거부하는 김양의 어머니를 절박한 심정으로 설득,2시간30분만에 부검 동의를 얻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가까스로 파국을 막았다.
양측이 이들의 중재에 응했던데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국이나 대책위는 모두 대충돌 이후의 상황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채 각자의 명분에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채 끌려 들어간 상황이었다.
검·경의 경우 공권력투입 과정에서 불상사 발생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 외대생들의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으로 유발된 시국반전 분위기를 잃을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책위측은 또 그들대로 장기 시신공방에 따른 여론의 악화와 불상사를 유도,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모면키 힘들다는 판단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차였다.
어떻든 부검합의는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원로부재의 사회에서 그래도 두루 영향력있는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 반갑다.
그보다 더욱 반가운 것은 가장 적대적인 관계에서도 언제나 대화와 양보를 통한 협상과 타협의 가능성은 있음을 보여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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