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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막은 주민/김철훈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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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막은 주민/김철훈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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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하오6시께 고려대생들이 신제기로터리에서 시위를 벌일 때 일어난 「사건」은 의미심장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돌 등을 든 학생 3백여명이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1시간여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화염병 서너개를 던지기 시작하자 인근주민 1백여명이 길 가운데로 나와 학생들을 가로막은 것인다.교내집회를 마치고 나온 학생들이 도로를 점거할 때부터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은 20여분간 몸싸움과 논쟁을 벌인끝에 학생들을 학교안으로 들여보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학생이면 학생답게 평화적으로 시위하라』 『총리폭행이 엊그젠데 또 폭력이냐』고 나무랐고 경찰에게도 『최루탄 쏘지말라』고 외쳤다.

학생들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로 치부하고 『얼마받고 이러느냐』 『배후가 민자당이나 안기부냐』하고 빈정거리다가 1명이 멱살을 잡히는 소동끝에 자진해서 철수했다.

시위때마다 돌멩이가 날아와 유리가 깨지거나 화염병으로 불이 붙고 최루탄가스에 숨이 막히는 나날을 보내면서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대학가 주민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폭력시위를 저지하고 나설만큼 달라졌다. 불편과 피해를 당하면서도 『그래도 학생들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한수 접어주었으나 끝없는 폭력시위와 화염병·최루탄의 공방을 더이상 참을수 없게 된것이다.

주민들의 행동은 총리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사건이후 학생들의 자중을 바랐고 나아가 잘못된 점을 반성,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총리폭행 사건을 생각해서라도 오늘만큼은 평화시위를 벌일 줄 알았는데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시위방해」에 부딪친 학생들의 반응은 『주민들과 싸울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화염병과 돌을 들고 도로 교내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뒤늦은 판단에 주민들은 그나마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헤엄치는 물고기라면 주민이나 시민들은 물이다. 물없는 물고기는 헤엄치지 못하며 살지도 못한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폭력시위는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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