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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진/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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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진/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눈)

입력
199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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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터져 3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일본 나가사키(장기)현의 운젠(운선) 화산폭발 참사는 사화산지대인 한국에서도 큰 뉴스가 됐다.80여개의 활화산이 있고,그 화산들이 가끔 폭발하는 일본이지만 이 뉴스는 걸프전쟁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전후 최대의 인명피해가 났다는 피해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34명의 희생자중 14명이 사진기자 등 보도관계자들이어서 더욱 화제이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기자들이 전세낸 택시운전사,취재현장의 질서유지에 종사하던 경찰관,진화작업을 준비중이던 소방관 등이었고 일반주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화제는 6일 아침 요미우리(독매)신문과 마이니치(매일)신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몇장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의 필름은 순직한 두 신문사의 기자가 불덩이 소나기와 고열가스의 엄습에 쓰러지면서 목숨보다 소중한듯 품에 안고 있던 카메라에 들어있었다.

이들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타고 그슬려 치아의 특성과 카메라에 적힌 회사명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6백도가 넘는 고열에도 기적적으로 몇커트의 필름이 남아 최후의 장면을 생생히 담고 있었다.

요미우리 오사카(대판)본사 사진부 다이나카(전정중차일·54)기자는 웅크린 자세로 카메라를 품고있었다.

손으로 코를 막고있는 다른 시체들과는 달리 그의 손은 카메라를 향한채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굽어져 있었다.

현장에 달려가 그 모습을 목격한 그의 부인은 두 딸에게 『아버지는 최후까지 카메라맨이셨다』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7커트의 필름은 화산폭발이 시작된 3일 하오 4시직전부터 4시8분사이에 폭발현장 5백m 거리에서 찍은 것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화산재와 연기가 격심해진 당시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재킷 주머니에서 나온 필름통에서는 「하오 3시7분 오늘 최대의 화쇄류발생 전정중」이란 사진설명이 들어있었다. 이 설명문은 반이상이 타버려 일부는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카메라를 품고 쓰려져 죽은 순간에도 코를 막지않고 셔터를 누르는 동작을 취한 다이나카기자의 기자정신은 같은 직업을 가진 우리들에게만 감동을 주는건 아니다. 화산연구가인 프랑스학자의 죽음과 함께 최후까지 소임을 다한 장인정신의 승리이기에 그들의 죽음은 더욱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화산폭발현장은 오사카본사의 관할지역이 아니라 서부(구주)본사 지역이다. 그는 지원취재차 도착한 다음날 첫 취재에서 참변을 당했다. 일거리가 있으면 어디건 기꺼이 달려가는 철저한 「장인근성」이 감촉되는 참사를 바라보면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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