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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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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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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현충일엔 여느해 이날처럼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전몰 장병의 묘비를 어루만지는 노모의 주름짙은 손길,늙은 아내의 가냘픈 흐느낌이 번져 흘렀다. 숨을 거두면서 나라를 위해서라고 채 생각지 못했을수 있어도 그들은 마음껏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 나이에 해야할바를 다하다가 전사한 것이다. ◆해마다 이날 이 무렵이면 모든 사람들이 나라의 존망 여부가 깜빡거리던 위기상황 속에서 아깝게 사라져간 숱한 젊음들을 되생각하곤 한다. 이런 무렵에 새로 돋은 세대의 일부 학생들이 스승을 멱살잡아 끌고다니며 폭행까지 해서 덜익은 혈기의 뒤틀린 꼴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스물두세살에서 말이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역경을 맛봐야 할것까진 없다. 세상 편해졌으면 마음껏 편리한 분위기를 누릴만도 하다. 그러나 전쟁도,경제발전을 위해 피땀을 흘린 역군의 경험도 가저보지 못한 젊은 세대가 민주화 운동의 이름 뒤에 숨어 스승의 노구에 향한 주먹질 발길질에는 그토록 모질수 있었단 말인가. 환경이 오염됐다 해도 휴지하나 집어본적도 없었을 그 손들,교정의 만만한 잔디나 밟았을 그 발길들이­. ◆그러고도 어느 구석에 숨어서 「장거를 이뤄낸 우리 학우들」 운운한다니 그토록 장한일을 했으면 뭐가 떳떳지 못해서 나서지도 못하는가. 장거를 이뤄냈다고 자부한다면 구석 찾아 숨어다닐게 아니라 구속따위 두려워 않고 나설 법도 한일 아닌가. 만약 이성에 비추어 잘못을 느낀다면 참회의 길을 찾아 심판대에 겸허히 나설만도 한것이다. ◆양심도 용기도 채 갖추지 못한채 주먹질 발길질에서만 내키는대로 만용을 부린다면 누가 민주화의 주역이될 지성인이라고 부르겠는가. 어느구석인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모자라 보이기도하는 젊은이다운 솔직함 순수함을 이제는 생각하기 어렵게 됐단 말인가. 비오듯하는 총탄,포격의 굉음속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알았든 몰랐든간에 대결을 멈추지 않다가 산화한 젊은이들에게 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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