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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와있나(전대협의 선택:상)

입력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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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점거·지도부 권위적행태로 “재평가” 자초/“한민전노선 추종”… 「주사」 수사땐 “용공조작” 반발/투쟁방식·사상토대 밝힐때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운동의 대표기구이자 총본산인 전대협은 87년 발족이래 자주화 민주화통일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우리사회에서 가장 구체적인 동력으로 작용하는 조직체로 정착됐다.

그러나 그들의 이념과 투쟁방법에 대해서는 「구국의 강철대오」라는 그들 자신의 표방과 달리 「혼란의 선봉대」라는 부정적 인식도 커져가고 있으며 한국외대 사태를 계기로 공권력에 의한 전대협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전대협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전대협에 대한 견해는 양극단이 대립하지만 독립운동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최근의 5공이후 민주화운동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자타가 인정해온 학생운동은 이제 냉정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할 단계에 이른것으로 판단된다.

부산 동의대사태(89년 5월)와 동양공전 설인종군 상해치사사건(89년 10월)에 이은 정원식 총리서리 집단폭행사건은 우발적 사건의 연쇄이겠지만 그 밑바닥엔 학생들의 표현방식대로 「역사적 필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학생운동의 도덕성·순수성은 과연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전대협의 결정취지는 스스로 강령에서 밝혔듯이 「백만 청년학도의 창조적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7천만 겨레의 염원인 자주 민주통일의 새조국 건설과 미래의 주인인 청년학생의 정의로운 삶을 위한 구국의 선봉대」로서 사회변혁운동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전대협은 이를 위해 ▲미국을 반대하고 모든 외세의 부당한 정치· 군사·문화적 간섭과 침략을 막아내며 조국의 자주화를 이룬다. ▲친 미국사정권의 식민지 파쇼통치를 철폐하고 완전한 사회민주화를 실현한다 ▲조국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고 자주·평화·민족대 단결의 원칙아래 조국의 통일을 이룩한다는 3대 정치강령을 채택했다.

회원은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으로 전대협 간부들과 총학생회 간부들의 권위는 엄청나 호칭부터 반드시 「님」자를 붙인다. 총학생회장을 만나러온 학생이나 외부인사에게 학생회 간부들은 『총장님은 학내순시로 부재중이십니다』라는 대답을 하곤 한다.

모든 대학가 집회의 모범이자 전형인 전대협 발족식에서는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무장한 「사수대」가 등장하고 총체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선동대」의 노래와 율동이 정서적 일체감 조성에 기여하며 「의장보위대」가 별도로 편성된다.

권위주의를 부정하는 학생들 자신이 답습하고 있는 이같은 권위주의적 행태와 무분별한 점거농성을 투쟁방식의 획일성,화염병 투척 등 폭력시위,교조주의적 현실인식 등은 전대협의 약점이자 전대협에 대한 비난의 근거가 되고 있다.

또 모든 종류의 운동은 학습행위와 조직으로 실체화되고 사상·이론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사회학적 진리에 비추어 전대협의 사상·이론적 뿌리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대협의 투쟁노선과 주요정책이 마련되는 「싱크탱크」는 89년 3기 발족과 함께 신설된 정책위원회.

NL·PD·ND 등 학생운동의 각 정파간에 전대협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벌이는 「사상투쟁」이나 세대결은 외면적으로는 의장선거로 나타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정책위원회의 구성과정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안기부 등 공안당국이 그동안 전대협과 관련된 조직사건을 수사·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정책위원회는 지금까지 줄곧 핵심 주사파인 「자민통」 「조통그룹」 등 3∼4개의 주사그룹에 의해 장악돼 왔다.

이들 주사그룹은 반미투쟁,조국통일운동 등 투쟁반향의 강조점만 차이가 있을뿐 모두 64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일혁명당의 후신인 한민전(한국민족민주전선)을 자신들의 「지도중앙」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한민전 명의의 대남방송인 「구국의 소리」 방송을 청취,정책을 입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에는 「구국의 소리」 방송 채록집인 「새세대」 「새날」 「구국의 광장」 등의 유인물이 나돌고 있으며,경찰에 연행된 학생들중엔 김일성의 전기를 소설화한 북한 「4·15문예창작단」의 「봄우뢰」(일명 「고추잠자리」)나 김정일의 전기인 「거인의 탄생」 등을 소지한 경우도 있다.

드물긴 하지만 「김일성 신년사」와 「한민전 신년메시지」 등의 뿌려지거나 대자보로 나붙기도 한다.

전대협은 주사파에 대한 수사가 벌어질 때마다 『학생운동을 탄압하려는 용공조작』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우리는 주사파가 아니라』라거나 『주체사상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적은 없다.

공개대중조직인 전대협은 투쟁방식과 사상적 토대에 대한 의혹에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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