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구호뒤의 「패륜」에 충격/온국민이 나설수 밖에 없는가/학생 눈치만 보는 풍조가 문제○학생들의 본분포기
▲안동일씨(51·변호사)=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법절차를 무시한 반인륜적 폭력행위는 학생의 본분을 포기한 것으로밖에 볼수 없다.
민주사회는 마땅히 다양한 의견표출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 표시방법이나 절차가 법질서에 따르지 않는 것이라면 스스로 민주시민의 본분을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기초적인 법질서마저 흔들리는 사태에 크게 우려를 표하며 특히 서울의 한복판에서 영장집행이 불가능한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야기한 학생들도 일반시민과 같이 자유·평등·정의를 기본가치로 여기고 있다면 그에따른 책임과 규범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
○보도 보고는 울었다.
▲정명희씨(45·주부·서울 강남구 청담동)=보도를 보고 너무 감정이 복받쳐 울어버렸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고 학생들이 방향감각도 없이 행동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도대체 민주주의의 기초조차 돼있지 않은것 같다.
총리가 자진해 대학으로 갔으므로 학생들이 불만이 있다면 오히려 대화로 털어놓을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왜 폭력을 행사했는지 이해할수 없다.
이를 계기로 민주화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할수 있기를 바란다. 또 정당한 권위가 존중받을수 있고 도덕성이 회복될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스승을 인민 재판
▲제원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설령 학생들의 표현대로 정원식 총리가 전교조 교사들을 해직시키고 그 가족들을 아프게했다 하더라도,스승을 인민재판하듯 끌고다니며 폭행한 일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경악스런 현실을 보며 성직자로서 슬픔을 가눌길 없다. 그러나 학생들도 40여년간의 역사에서 보고 배운 것인만큼 정치인,교육자,성직자 등 기득권자나 기성세대들이 그동안 얼마나 타락한 사회를 만들어 왔고 폭력을 방조해왔는지 이 기회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무얼했나
▲김원일씨(49·소설가)=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 민주화를 달성하려는 한 극단적 사례로서 강성운동권자들의 도덕적 양심을 의심케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각계각층의 성토와 단기적인 물리적 처방만이 능사가 아니라,이런 말세적 현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기성세대가 근본적으로 짚어보는 반성이 요구된다.
입시지옥의 암기식 학습소에서 그들의 도덕적 윤리적 교육은 어디있었는가. 5공이후 정치·경제를 포함한 기득권자들의 도덕성과 윤리관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졌나. 정부가 학생들의 폭력을 공권력의 폭력으로 다시 응징하기에 앞서 기성세대의 냉정한 자숙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인간을 말살하는짓
▲정훈목씨(53·현대건설 사장)=폭력을 행사한 젊은이들의 행위는 한 인간을 말살하고 있다. 나아가 결국은 자기들 주장이나 동기의 타당성도 말살하고 있다.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뒤에서 실질적으로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이뤄지는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더구나 학교의 생명은 생각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자유이다. 이게 없으면 건물만 남는다.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은 이미 학교의 한 멤버가 될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 날마다 위기니 큰 일이니 하며 말로만 떠들 상황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정신을 차려 행동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 다른 폭력만 초래
▲민준기씨(56·경희대교수)=하루종일 아무일도 할수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학생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폭력은 어떤 경우라도 용납될수 없다. 진정 민주화를 갈망한다면 정정당당한 절차를 밟아서 요구해야 한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며 민주화에 역행하는 길이다. 특히 한풀이 형태로 문제해결을 모색해선 안된다.
이번 사건의 처리는 대학측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과 스승간의 관계모색에 대해 전국민차원에서 함께 생각해 보자.
○가치체계의 붕괴
▲정대철씨(47·신민당의원)=원천적으로 한 사회를 유지하는 가치체계의 붕괴를 보는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특히 우리의 아름다운 「사부일체」의 전통이 깨져 나가는 것같아 가슴아프다.
힘에 의한 지배가 오래돼 가치가 전도되고 서로 자기만 옳다는 교조주의적 행태가 사회에 팽배돼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따라서 정치인과 사회의 지도급인사들이 역전된 가치체계를 바로 세우는데 노력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화합과 화해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단호히 처벌해야
▲이순영씨(46·우성염료 사장)=총리이기에 앞서 강단에 선 스승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준 학생들의 폭력행사에서 이 땅의 도덕이 실종됐음을 다시 실감했다. 한 나라의 재상이 학생들에게 린치를 당했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극소수 학생들의 행동이라고 자위하고픈 심정이다.
정치적인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강의중인 스승에게 학생이 교내에서 상식을 초월한 폭력을 행사한 것은 민주화과정에서 흔히 일어날수 있는 단순한 사건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아무리 학생이라도 관련자는 단호히 처벌돼야 한다.
○부모에도 행패할것
▲윤태녕씨(37·회사원)=할아버지뻘인 한 나라의 재상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은 부모에게도 똑같은 행패를 부릴 사람들이다.
형사처벌을 한다는 방침을 들었지만 1년 미만의 징역으로는 너무 짧고 차라리 장기복역시켜 일벌백계의 교훈을 주고 매운 회초리맛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백병원앞의 바리케이드는 왜 못치우고 합법적인 부검을 왜 실시하지 못하는가.
국민이 모두 침묵하기 때문이라면 우리가 일어서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당장 대학교나 백병원 앞으로 달려가겠다.
○교수들도 각성해야
▲최만립씨(58·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학생들은 군사부일체란 옛말에서 스승을 받들때 효를 다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는가. 비록 시대가 바뀌어 사제지간의 정이 옛날과 다르다는 것은 느꼈지만 이번 사태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민주화를 원하는 학생들이 스승을 폭행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킬수 있는가.
이번 사태로 교수들도 각성해야 한다. 일부 소신없는 스승들이 학생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행동을 보인것이 문제다. 이젠 소신을 갖고 위신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
○나라망신 안타까워
▲이동권씨(47·이발사)=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 전에 큰 「나라망신」꼴이 된 것같아 안타깝다.
많은 사람을 접하는 직업이어서 얘기도 자주 나누지만 모든 사람들이 너무 자기 생각을 한꺼번에 실현시키려고 드는데 문제가 있는 것같다.
정부와 학생이 한발짝씩 양보해야 모두가 원하는 민주화가 달성될 것같다.
정부는 성급하고 겉치레뿐인 민주화선전을 조금 늦주고,학생들도 한발짝 물러나서 차분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언론도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
○무책임한 중립탓
▲김종희씨(45·주부)=정총리의 봉변을 TV에서 보고 며칠전 대학생 아들을 입대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자신 아침부터 밥을 먹지 못할만큼 충격을 받았으며 평소 정부에 비판적이고 학생들에게 동정적이던 동네이웃조차 학교를 폐쇄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일색이었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때 어떤 행동을 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 상상하기 조차 두렵다.
이제는 학부모도 언론도 더이상 무책임한 중립을 지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계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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