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총리서리에 대한 대학생들의 집단폭행사건을 계기로 치사정국은 예기치않던 전환점을 맞이 하였다. 강경대군 치사사건을 기폭제로 삼아 투쟁열기를 확산하려던 재야·운동권은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대학생들의 경거망동으로 격앙된 국민여론의 집중적인 지탄을 받고 수세로 몰리면서 그 세가 위축될 전망을 낳고 있으며,반면 폭력시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미온적이던 정부가 과열분위기를 진정시킬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고 할 수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전화위복의 결과를 빚어 정국안정이 촉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한걸음 더 나아가 6공의 후반기 관리에도 여러모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눈앞의 난국을 모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고 이 사건이후를 안이하게 대처해가면 안될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보면 이 사건도 우리 현대사의 한 획이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보다 심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총리의 봉변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사건이 날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인으로는 총리의 강의예정이 공개돼있던 만큼 학생들이 사전에 폭행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계획적이었다. 뿐만아니라 전대협을 중심으로한 재야·운동권의 과격투쟁 노선의 추구가 결국 이러한 불행을 초래케 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은 공안드라이브가 전경에 의한 치사를 유발하듯,운동권의 무리한 공세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빚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어떤 종류의 힘의 과시도 통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운동권의 또다른 면모를 국민에게 전해준 반면교사의 효과를 냈다. 국민들은 학생들이 그간 민주화의 물꼬를 터온 소금같은 존재였다는 인식에서 운동권의 주장에 대해 사안에 따라 공감도 했다. 다만 극렬한 가투 등 과격투쟁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체제전복이라는 구호가 매우 위험한 형태로 눈앞에 실재로써 닥칠수 있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실감케 되었다고 할수있는 것이다.
또 정부관계기관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운동권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기회였다는 측면도 없지않다. 진척속도야 어떻든 민주화로 가고있는 마당에 정권퇴진을 외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그들이 말하는 민중 민주주의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인지,공산권이 붕괴돼가고 있는 현세계의 흐름에서 우리의 학생들만이 유일하게 사회주의 사회를 부르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6·25선언 이전에 그토록 호의적이던 세계언론이 이번 치사정국에서 일제히 나타내고 있는 냉소·비판일변도의 보도는 외부에 비친 우리 운동권의 자화상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운동권은 이제 시대조류와 국민여론이라는 양쪽의 압력을 받으며 노선수정과 투쟁방식의 개선 등 선택을 강요받는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같다.
이번 사건에서 정총리가 경호문제를 소홀히 한것은 자성점이다. 만일 보다큰 위해가 닥쳤다면 극심한 나라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상정하지 않았던 점은 이유야 어떻든 불찰이다. 공권력의 기회주의적 속성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공안통치의 부정적 측면을 국민이 거부한 것이었지,사회가 혼란에 빠질만큼 공권력이 소극적이어야 한다고 바란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검찰이 명동성당의 성역을 지나치게 의식해 운동권과 대필여부를 둘러싼 성명전을 오래끈 문제나 김귀정양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아직까지 실시하지 못한 점등은 국민의 눈에는 신중한 대응이라기 보다는 여론의 악화를 기다리고 있는 무책임한 기회주의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캠퍼스가 이념투쟁이나 정치투쟁의 장으로 쓰여지지 않게끔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단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폭력시위가 평화시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물리력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화조치와 실정을 바로잡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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