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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종아리부터 치고싶은 심정”/「곤욕의 밤」지낸 정 총리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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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종아리부터 치고싶은 심정”/「곤욕의 밤」지낸 정 총리의 소회

입력
1991.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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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의 마음」에 발길질 야속/침통해도 교육 포기할 수 없어”정원식 국무총리서리는 「곤혹의 밤」을 지낸뒤 4일 상오8시40분 평상시와 다름없이 등청,국무위원 및 총리실 간부들의 위로인사를 받은뒤 소접견실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먼저 국민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정총리서리는 『채찍을 들어 나의 종아리부터 사정없이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학생들의 잘못을 안아야만하는 스승의 입장부터 밝혔다.

『강의실에 들어섰을때 수강생들의 반기는 모습을 보고 약속을 지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뭇한 생각이었고 마지막 강의라는 착잡한 심경까지 겹쳐 열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총리서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설명부터 해나갔다.

『강의도중 밖이 시끄러워 서둘러 강의를 끝냈지요. 계란세례가 시작되고 실랑이가 계속됐을때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 불상사가 날것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는 고교졸업식장서 밀가루 등이 뿌려지는 것을 보았지만 총리가 되고서도 사도를 가고자 했던 자신이 밀가루와 계란세례의 대상이 될줄은 몰랐다는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침통한 심정이지만 시련의 과정에서도 교육은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정총리서리는 『마지막 강의를 하고 나오다 변을 당했지만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다시 교단에 서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착잡한 소회피력은 재상이 아닌 스승의 입장으로 시종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과는 달리 나를 따르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할때는 「소식형 총리」의 한 단면을 잊지않고 보여 주었다.

그래서인지 관련학생들의 처벌문제나 향후의 학원대책 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고 15분여에 걸쳐 자신의 소감만 말했을뿐 질문은 받지 않았다.

『나라의 체면에 손상을 가져오는 일이 일어나 송구스럽다』고 거듭 말한뒤 『노교수의 순수한 마음을 일부 극렬학생들이 주먹과 발길질로 망가뜨려 야속하기는 하지만 제자신을 거듭 채찍질할 뿐입니다』라고 자책을 계속했다.

정총리서리는 임명 발표 꼭 10일만에 일어난 미증유의 불상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국어대에 이어 이날도 덕성여대에 가서 마무리 강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부득이 이를 취소해야만 했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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