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휴일도 없고 한국의 정치·사회사전에는 평화시위라는 단어가 없는 것인가.범국민 대책회의의 제4차 국민대회가 열렸던 2일 하오 또다시 서울 도심을 뒤덮은 최루탄과 화염병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이런 답답증을 느꼈을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지켜져오던 무탄무석,무석무탄의 시위는 허무하게 깨져버리고 학생·재야와 경찰간의 격렬한 공방이 다시 벌어져 그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서울의 경우 평화시위가 깨지게 된 직접적 계기는 학생들과 대치하고 있던 일부 사복체포조가 시청앞 진출을 기도하는 시위대의 서슬에 놀라 지휘관의 통제를 어기고 사과탄을 던진 것이지만,기다렸다는듯 화염병이 날아든 것은 학생들의 자제가 얼마나 취약했던가를 잘 보여주었다.
경찰도 화염병이 날아오자 그럴줄 알았다는듯 그동안 비축해둔 다연발 최루탄을 마구 쏘아댔으며 거리에 연좌한 시위대에 형식적인 경고만 한뒤 공격적 진압을 하기도 했다.
밤이 지나고 3일 새벽 백병원 영안실 주변에서는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려는 경찰과 학생들의 공방으로 40여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이어졌다.
양측은 이번 상황에 대해 서로 평화시위를 깼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나 많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일부의 작은 충돌이 삽시간에 전면전 형태로 번진것은 진정으로 평화시위를 꾀하지 않고 여전히 상대방을 타도해야할 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회·시위에 대한 정부 조치의 개선방침이 나오고 지난달 28일 성균관대 학생들이 충돌없이 도심행진 시위를 하면서 평화시위의 기대는 높아졌었다. 개선조치의 내용이 미흡하고 야간에 몇시간씩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과연 평화시위인가 하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시민들은 「불법적 평화시위」라는 말까지 써가며 평화시위의 싹이 자라나기를 기대했었다.
이제 시민들은 진정으로 평화시위가 보장되고 성사되기를 다시 한번 고대하며 갈망한다. 화염병과 최루탄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려야하는 기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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