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에 중단 “잘 끝내려했는데”/종강선물 꽃다발도 짓이겨져/일부 “이럴것까지” 만류도 무위「재상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폭력으로 중단되고 대학생들의 총리폭력 사태는 시국에 긴 그늘을 드리우게 됐다.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의 한국외대 마지막 출강은 공안통치 분쇄를 외쳐온 대학생들 때문에 마무리되지 못했다.
정총리서리는 23일 하오5시께 경호관·비서관 등 7명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삼청동 공관을 출발,종로5가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하오6시께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에 도착했다.
정총리서리는 대학원건물 2층 이인웅 교육대학원장 방에서 이대학원장 등 학교관계자들과 담소한 뒤 정확히 6시30분에 4층408호 강의실로 올라가 대부분 현직 여교사들인 수강생 55명을 대상으로 90분짜리 교육대학원 교직공통 필수과목인 「학생생활지도 특강」 강의를 시작했다.
이번 학기부터 한국외대와 덕성여대에 한과목씩 출강해온 정총리서리는 외대는 이날,덕성여대는 4일 종강을 하겠다고 두 대학에 알렸었다.
강의에 앞서 정총리서리는 『오늘만은 교수답게 행동하고 싶어 지하철을 타고 학교까지 빨리 걸어왔더니 몹시 덥다』며 상의를 벗은뒤 대통령특사자격의 외국순방과 입각 등으로 지난달 6일이후 강의를 하지 못한것에 먼저 양해를 구했다.
정총리서리는 이어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교수라고 생각,강의에 충실하려 노력해왔다』며 『강의시간이 마침 일과후여서 마지막으로 잘 마무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총리서리는 또 『어려운 시국에 맡은 중책이 대단히 부담스러우나 최근 더이상 시국혼란을 원치않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같아 다행스럽다』는 등 8분간 시국,신변얘기를 한뒤 강의를 시작했다.
「교육에 있어서 동기유발」 등의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던 하오7시15분께 돌연 강의실밖에서 『재봉(노재봉)이나 원식(정원식)이나 그 ×이 그 ×이다』 『전교조 박살낸 정원식을 박살내자』 등의 고함이 터졌다.
정총리서리가 교내에 와있다는 교내방송을 듣고 몰려온 학생들의 소란이 계속되자 정총리서리는 강의실에 있던 수행비서관 3명을 내보내 설득토록 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교육대학원 행정실 사무주임 김을수씨(38)와 대학원 원우회장 최희종씨(39·교육행정) 등도 학생들을 말렸으나 복도창문을 통해 계란 2∼3개가 날아드는 등 오히려 반발이 심해졌다.
정총리서리는 『강의를 계속할까요』라고 물은뒤 수강생 대부분이 침통한 표정인채 대답을 못하자 『이렇게 끝내게돼서 안타깝지만 할 수 없게 됐다』며 강의를 중단했다.
이때 여학생 1명이 『스승의 날(5월15일) 선물로 준비한 것입니다』라며 박수속에 꽃다발과 함께 마잠옷상자를 선물했다.
정총리서리가 비서관 3명에 둘러싸여 7시20분께 강의실 뒷문을 통해 복도로 나서자 총학생회장 정원택군(25·경제4) 등 학생 50여명은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계란 수십개와 밀가루를 던졌다.
비서관들이 몸으로 학생들을 막는 사이 맞은편 400호 강의실로 피신한 정총리서리는 얼굴을 닦아내면서 『일과후라 별일없을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창문을 뜯고 난입하려하다 정총리서리가 밖으로 나오자 다시 『살인마』 『귀정이를 살려내라』고 고함을 지르며 둘러싸고 비서관,학교 관계자들을 밀쳐낸 뒤 정총리서리의 양팔과 뒷덜미를 잡아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끌고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운운하지만 우리도 현직교사다』 『이제 그만하라』고 말리던 30대 여자수강생은 『당신 뭐야』하는 욕설과 함께 떼밀려졌다.
학생중 일부는 극도로 흥분,발길로 정총리서리의 가슴을 찼으며 주먹과 발이 등과 가슴 등 온몸에 날아들었고 끈질기게 막던 비서관 1명은 입술이 터져 피를 흘렸다.
학생들은 이어 정총리서리를 건물밖으로 끌고나와 와이셔츠 등이 찢어져 만신창이가 된 총리의 멱살과 넥타이를 잡아끌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까지 갔다.
운동장에 있던 일부 학생들이 『이럴 것까지 없지 않느냐』고 말렸으나 『비켜』하는 고함에 묻혀버렸다. 정총리서리는 이때 학생들에게 『이제 그만 내보내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정문에서 『다시는 외대에 발을 들여놓지말라』며 폭언을 퍼부은뒤 30여분만인 하오7시50분께 정총리서리를 풀어 주었고 비서관들은 차도를 50여m가량 달려가 서울3 파5310호 중형택시를 잡아 실신지경에 이른 정총리서리를 부축해 태웠다.
정총리서리가 봉변을 당한 복도와 운동장에는 꽃다발과 잠옷선물상자가 짓밟힌채 버려져 있었다.
정총리서리는 문교부장관때인 지난해 7월10일에도 장기 학내분규중인 세종대를 방문했다가 학생들에 의해 승용차가 파손되는 수난을 겪었으며 이어 15일 뒤에는 부산대 방문중 학생들에 의해 4시간여동안 총장실에 연금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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