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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정책 전향적 변화/김일성주석 일 언론과의 회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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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정책 전향적 변화/김일성주석 일 언론과의 회견 분석

입력
199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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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가입 내 의사” 밝혀/핵사찰 「조건부수용」도/대일수교자세 유연… 「은혜」문제만 강경김일성 북한주석이 1일 일본 교도(공동)통신과의 회견에서 한 말들은 40여일전 마이니치(매일)신문과의 회견때와 비교해 볼때 매우 유연해졌다.

특히 핵사찰·대일 국교정상화·유엔가입 문제 등 초미의 현안들에 대한 언급이 너무 달라져 주목을 끈다. 1일 상오 평남 안주시 초대소에서 가진 사카이·신지(주정신이) 교도통신사장 일행과의 회담에서 김주석은 최대현안인 핵사찰 문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문제는 미국이 대화에 응해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가네마루(김환신) 선생이 미국을 방문해 조미간의 교량역할을 해주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고 부언했다.

이 문제에 대한 서면질의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고있음을 전제한뒤 『핵무기가 없는 우리뿐만 아니라 핵무기가 있는 남조선에서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종래의 주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미국이 대화에 응하면 잘될 것』이란 말은 「조건부수용」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지난 4월19일 마이니치신문 모리·고이치(삼호일) 편집국장과의 회견때와 비교하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는 말이 빠져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4월 회견때는 「침략적인 군사기지」라는 말로 주한미군을 표현했고 『미국이 남조선을 가장 위험한 핵기지로 바꾸어놓고 우리를 위협하면서 핵사찰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도리에 맞지않는 부당한 행위』라고 격렬히 비난했었다.

대일 국교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도 4월 회견에서는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는 막연한 말로 희망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이번 회견에서는 최근의 회담에 진전이 없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난관이 있어도 3당 공동선언대로 양호하게 추진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주석은 『양국인민 공통의 염원이며 두나라 사이를 좋게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부연하면서 『쌍방이 국교정상화 문제를 조급히 해결,다른문제는 그후 하나씩 협의하면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번 북경회담때의 「선수교」 제안을 확인한 것이지만 가네마루씨의 영향력에 강한 기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국교부터 맺어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고 핵사찰 같은 「부수문제」는 가네마루씨 등 실력자들과 정치적으로 타결하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역시 유엔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그는 『남조선 당국자가 분열주의적인 입장을 고집해 단일의석가입 실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조치로써 우리도 유엔에 가입키로 했다』면서 『그것이 내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상상조차 할수없는 현실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4월 회견에서 김주석은 한국의 단독가입 추진에 대한 경계의식에서 『유엔이 조선문제 해결에 상응의 기여를 해주기 기대한다』고 견제하면서 『조국통일이 실현되지않은 상황에서의 단독가입은 역사앞에 분단의 책임을 져야할 처사』라고 단일의석 동시가입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북한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국제정세와 여론을 제대로 읽은데서 비롯된 일련의 전향적 발언과,국교정상화후 일본방문 의사를 밝힌것은 물론 국교정상화를 하루빨리 타결하고 싶은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 할수 있다.

대미 접근정책과 함께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는 북한이 고립탈피를 위해 명줄을 걸다시피한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가지 「이은혜문제」에 대해서만은 경색된 자세를 풀지않는 점을 근거로 일본 언론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김주석은 이은혜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대측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다든지,기본문제와는 관계없는 문제를 꺼내면 회담을 지연시키는 결과밖에 되지않는다』는 그의 말은 북경회담시 일본이 이은혜의 안부조회를 강력히 요청한 일 말고는 달리 해석할수 없다.

핵사찰과 유엔문제,그리고 대일 국교정상화에 유연한 자세를 표명하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말」과 「기본문제와 관계없는 문제」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 김일성정권 최대의 딜레마이다.

은혜를 납치한 사실을 인정할수도 없고,또 언제까지나 잡아떼는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북한은 알고 있다.

핵사찰 문제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타결가능하다고 기대할수 있다면 은혜문제가 또 하나의 뜨거운 현안으로 등장하지않을수 없음을 보여준 회견이었다.<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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