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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700돌…스위스는 “우울”/세계최고 국민소득·복지시설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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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700돌…스위스는 “우울”/세계최고 국민소득·복지시설은 옛말

입력
1991.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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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불신·EC서 소외… 장래 어두워떠들썩한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어야할 스위스가 너무도 조용하게 「건국 7백주년의 해」를 보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가장 높은 국민소득,최상의 복지시설을 자랑하던 스위스에 암운이 드리워 있음을 국민 스스로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스위스의 실상을 보노라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연상되는 순수한 이미지를 전혀 찾아 볼수가 없다.

약물중독으로 죽는 사람의 비율이 유럽을 통틀어 가장 높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또한 가장 널리 퍼져있다. 또 불법이민이 성행하는데다가 젊은이들은 민병대의 해체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대정부 불심감이다. 지난해 스위스 의회의 한 조사위원회가 정부의 대국민 사찰 행위를 폭로한 이후 급작스럽게 고조된 국민들의 정부불신은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고 있다. 당시 5백여명의 지식인들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건국 7백주년 행사의 거부를 국민들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도 스위스는 동서 양진영이 화해의 분위기로 돌아서고 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요즈음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재 스위스는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지않은 상태이고 오는 93년 EC가 단일시장을 형성하게되면 자연히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있다.

동서냉전의 시대에 완충지대로 존재하면서 얻어냈던 반사적 이익도 사라지고 가장 큰 무역상대이던 EC로부터도 소외된다면 스위스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국 7백주년 기념 축제의 진행 책임자인 마르코·솔라리씨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번 건국기념식은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과거는 물론 현재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진정 무엇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지 똑똑히 쳐다보아야 한다』<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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