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선거 공천예정자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유기준 의원(전 민자당)은 구속수사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유의원의 신병처리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잘라말해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이는 것 이외에 어떤 차선책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검찰은 유의원의 행위가 명백히 정치자금법 위반임을 확인했으나 동법을 적용해 구속수사를 할 경우,정치자금 수수가 관행화돼 있는 정계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주게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유의원 말고도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은 신민당 의원이 4명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만큼 야당의원들도 같은 기준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으며,그렇게 되는 경우 야당탄압,공안통치의 계속이라는 정치공세가 예상돼 광역선거 정국이 경색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모양이다. 또 사태가 그러한 양상으로 번지면 간신히 치사정국에서 빠져나온 6공정부를 다시 어려운 궁지로 몰아넣게 된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는것 같다. 검찰의 그같은 수사외적 상황판단에 대해 일단 「정치」에 대한 수사에서 신중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평가 할만 하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번 광역선거에서 기초선거의 성공에 이은 공정·공명선거를 확보하지 못했을때 예상되는 복합적인 후유증을 폭넓고 깊게 정확하게 예측하지 않으면 안된다.
강성전력 때문에 개운치않은 출발을 한 정원식 내각이 이번 선거에서 공천부정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송사리 선거사범만 잡을 요량이라면 이번 선거는 둑무너진 강처럼 타락으로 범벅이 될 것이다. 대권경쟁에 혈안이 돼있는 정당들이 「정당간여」를 빌미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것으로 본다면 유의원 케이스를 적당히 하고 넘어간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셈이된다. 걷잡을 수없는 타락선거판이 벌어진다면 미처 자리도 잡지못한 정내각은 선거뒤 설자리가 없다.
정내각의 선거관리 실패는 곧 노태우대통령의 입지까지 흔들어 후반기 누수현상이 가속은 말할것도 없고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말없는 다수」까지 분노의 대열에 동참시키는 사태로까지 진전될 수가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신뢰가 회복불능 상태가 돼 세대교체,정계개편론까지 등장하는 정치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공명선거를 하느냐 못하느냐에는 야당의 반발쯤이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민주발전의 사활이 걸리는 것이다.
치사정국 이후 자숙하고 있는 탓 때문이겠지만 요즘 검찰은 너무 위축돼 있다. 검찰은 공안통치 시비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공안통치가 정치가 할일을 대신한다든지 강경기조에 올라탄 강경론자들이 무리하게 정국운용에 나선게 됐을때 국민이 비난하고 나무란것이지 국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서까지 이견을 말한것이 아님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정치적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법집행에 있어 검찰이 정치적 접근을 하는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를 그을수 있어야 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기도 하다. 의원들의 공천부정이 불구속처리되는 것이 정치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거초장부터 「공명선거」라는 양보할 수 없는 대원칙을 지켜갈수 있게하는 것이 시의적절한 검찰권 행사인지를 생각해 보자. 결론은 자명하게 나와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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