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결정이후 국제이슈 급부상/“재처리 시설 완공” 따라/“사찰”서 “폐기” 강한 압력/일도 수교현안서 안보위협 인식/북,남한 핵 연계속 타협시사 주목걸프전쟁이후 국제정세의 초점은 군비축소에 맞추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 무기의 감축 및 관리강화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는데,특히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계기로 북한의 핵사찰 문제가 대표적인 현안으로 부상됐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 유일하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않은 프랑스는 세계여론에 동조해 곧 가입선언을 하리라 한다. 그러나 북한은 더욱 경색되고 앵돌아진 자세를 취하고 있어 미국은 『핵사찰 수용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면서 핵관련 시설의 폐기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일관되게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있어 당분간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같다.
한때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의문론이 제기된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굳어져있다. 지상목표물의 ㎝단위까지 식별해내는 미국의 첩보위성 KH11과 KH12가 정기적으로 북한땅의 군사시설들을 탐지,부정할 수 없는 증거 사진들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핵개발 현황◁
지난해 10월말 미 국방부 차관보급 인사들과 군사전문가들이 일본 외무성 방위청 등 관계기관 당국자들에게 영변지역의 핵개발 시설현황을 상세히 브리핑했다.
또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일본 외무성 간부들에 대한 미국의 브리핑에 의하면 이중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이미 완공단계에 있다고 한다. 첩보위성 KH11이 작년에 촬영한 사진에는 영변에 건설중인 핵관련시설중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계속 공사중인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에 찍은 사진에는 거의 완공상태로 식별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정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조치만으로는 효과적인 관리책이 되지못한다고 판단,핵연료 재처리시설 건설의 중지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사용이 끝난 플루토늄 함유연료를 확보하고 있어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미국측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지구에 30메가와트급 군사용 원자로를 가동중이며,같은 지역에 2백메가와트급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건설중이라고 한다.
재처리시설이 완공되면 기존원자로에서 사용한 연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낼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몇년후에는 미사일탄두로 발사할 수 있는 몇발의 핵폭탄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한번 사용한 원자로연료는 지하에 감추어두면 핵사찰을 해도 찾아낼수 없으므로 사찰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일본에 브리핑한 바에 의하면 북한은 60년대초 소련이 제공한 연구용원자로 이외에 50년대 소련에서 제조된 흑연감속 가스냉각식 소형원자로,80년대 프랑스에서 제조된 대형원자로를 각 1기씩 갖고 있다. 이중 소형은 87년부터 아동하기 시작했으며,풀가동하면 연간 히로시마(광도)원폭의 위력에 해당하는 7㎏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대형원자로는 84년에 착공돼 94년께 완공될 전망인데,그때는 2∼5개의 핵폭탄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천강이 U자형으로 굽이치는 산협의 개활지 1백여만평에 건설되고 있는 핵관련시설 주변에서는 폭발실험 흔적까지 관측되고 있다. 83년부터 88년사이 저수준 폭발실험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 흔적지에서는 기폭용 코드같은 것도 관측된바 있다.
▷북한의 대응◁
미국측의 자료를 근거로 일본은 여러차례 북한측에 핵사찰 수용을 요구했으나 북한의 반응은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처음에는 핵개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최근에는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5월초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일본 자민당 고미야마(소궁산중사랑) 의원이 『핵사찰을 수용해달라』고 요구하자 김일성은 『남조선에 주둔중인 미군과 핵무기철수가 선결문제』라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일본대표단장 자격으로 김일성 부자와 단독대면한 고미야마 의원은 『핵문제에 관한한 타협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독매)신문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했던 군축 및 평화연구소 부소장 김병홍도,유엔군축 교토(경도)회의에 참석했던 외교부 군축과장 이용호도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지난봄 자민당 초청으로 왔던 노동당 국제부장(당서기) 김용순은 일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때 『미군은 남쪽에 1천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만이 해결책이라고 강변했었다.
군축 및 평화연구소의 김부소장이 심포지엄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 뜻을 공식천명한것은 핵문제를 대미 접근카드로 쓰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회담때마다 북한이 『핵문제는 우리와 미국 및 IAEA와의 관계이지 일본과의 관계가 아니다』라면서 의제에 올리는 것까지 기피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1974년 IAEA에,1985년에는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각각 가입했으면서도 정작 IAEA 회원국의 의무사항인 핵안전협정(Safeguard Agreement)에는 서명하지 않고 있다. 이 협정은 IAEA 가입후 18개월 이내에 서명하고 핵사찰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서명을 거부하고 있어 소련과 중국까지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우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은 북한의 핵사찰 문제를 그리 심각한 문제로 보지않았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임하기 전에 미국과 한국측으로부터 이 문제만은 꼭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관철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우방국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정도였던 것같다. 그러나 미국측의 잇단 브리핑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가,그것도 악명높은 태러국가가 핵무기를 갖는다면 일본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이다.
가이후(해부준수)총리가 교토군축회의 개막연설에서 『IAEA 안전협정 체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정말 유감스런 일』이라고 직접 북한을 겨냥해 비난한 것만 보아도 짐작할 만하다.
또 한가지 일본을 불안하게 하는것은 핵시설의 안전사고문제. 체르노빌사고같은 것이 바다건너 이웃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죽음의 재가 곧 일본상공에 밀려닥치리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북한의 원자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소련에 비해 2백∼2천배 정도 높다고 보고 있다. 미증유의 대참사를 일으킨 소련에서 기술을 배운 북한의 기술수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망◁
지금까지의 북한의 태도로 보아 핵사찰 수용전망은 어둡다고 할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몇가지 희망적인 견해의 근거가 될만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 하나는 미국과 북한의 막후교섭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교토 군축회의에 참석했던 북한의 군축과장 이용호는 5월하순께 스칼라피노교수(캘리포니아대)를 단장으로한 미국의 비공식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핵사찰 문제에 대해 수면하의 교섭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6월중에는 전직 국방장관과 군사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사찰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소련의 비밀교섭설이 나돌고,미국 의회에서도 일부 야당의원들간에 주한미군 핵무기 철수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시국과 관련해 매우 주목할만한 움직임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유엔가입 의사천명직후 북한이 IAEA 사무국에 핵안전협정 문제에 대해 교섭할 용의가 있다는 공문을 보낸 일이다.
이와 유사한 보도는 전에도 몇차례 있었고,북한당국자도 비슷한 발언을 한바 있지만 유엔가입 의사를 천명한 직후 공문으로 같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과의 양자관계로 변해버렸지만 공식접촉의 창구는 일본에만 열려 있으므로 일본 정부에 대한 온세계의 기대는 날로 커져갈 것임에 틀림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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