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족 뻐꾸기 이야기의 계속이다. 24일자 본란에 「뻐꾸기현상」이 나간후 많은 독자가 관심을 표명해주었고 그 생태에 대해 남은것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쓰는 것이다.딴새의 둥지에 알만 낳았지,알을 품지도 부화시키지도 새끼의 교육도 시키지 않는 뻐꾸기도 그렇다고 편안한 생활만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뻐꾸기는 우선 알을 살짝 낳을 수 있는(탁란) 새들이 많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뻐꾸기가 있는 곳엔 새들이 많다고 봐도 무난할 것 같다. 이처럼 새들이 많은 곳에 끼어들어 대대로 못된짓,즉 얌체스러운 짓만 골라서 하다보니 새들의 미움이 없을수 없다. 이것은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뻐꾸기의 탁란의 대상이 되는 새는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그중 개개비는 뻐꾸기의 그림자만 봐도 신경질을 낼 정도로 그 반응이 만만치 않다. 이것은 그동안 뻐꾸기에게 수없이 당해 경험적으로 생긴 반응이라고 할수 있다. 뻐꾸기보다 몸체가 작은 개개비는 뻐꾸기가 자기의 둥지부근에 나타나면 신체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맹렬히 공격한다. 공격은 뻐꾸기의 털이 쑥쑥 빠져나갈 정도로 격렬하다.
학자들은 개개비의 공격이 격렬함에 주목해 개개비의 뻐꾸기에 대한 미움을 실험했다. 실험방법으로 뻐꾸기와 몸색깔과 크기가 비슷한 새의 박제와 뻐꾸기 박제를 준비해 개개비의 둥지부근에 살짝 갖다 놓았다. 새 두마리가 둥지 부근에 나타난것을 본 개개비는 주위가 시끄럽게 지저귀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묘하게도 새 두마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뻐꾸기박제만 모습이 일그러질 정도로 공격했다. 그 공격도 근처에 사는 친구들까지 몰고와서 했는데,딴새의 박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개비는 뻐꾸기에게 수없이 당하다 보니 뻐꾸기의 알을 구별해내는 재주까지 터득했다. 학자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개개비가 둥지의 알속에서 뻐꾸기알을 골라내 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놀란일이 있다. 뻐꾸기에겐 치명적인 지혜라 할 것이다.
뻐꾸기는 이처럼 탁란의 대상이 되는 새의 반응이 거칠면 대상을 바꾼다. 가장 만만한 새의 하나가 물까치다. 물까치는 몸매도 개개비보다 약간 길어 날씬하지만 신경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뻐꾸기의 「봉」이 되는데,그렇다고 뻐꾸기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뻐꾸기는 딴새의 둥지에 알을 낳을때 그 둥지에 있는 알을 하나 먹어치우고 대신 알을 하나 낳아 채운다. 이 모든 행동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물까치알은 단번에 삼키기엔 너무나 크다. 그래서 이를 입에 물고 망설이다가 둥지밖으로 떨어뜨린다.
뻐꾸기가 이처럼 탁란을 할때 알을 하나 먹는 것은 갯수를 채우기 위해서냐 아니면 영향을 보충하기 위해서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라져 있다. 현재까지로는 뻐꾸기가 알을 다먹지 않고 하나만 먹는다는 점에서 갯수채우는 쪽의 의견이 우세하지만 어느쪽이 맞는지는 알수없다. 한번 얌체족이란 인상이 깊어지니 얌체처럼 갯수를 채운다는 쪽의 주장이 한층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뻐꾸기의 이러한 상태를 확인한 학자들은 인간생활의 한 축소판을 보는것 같다고한다. 당하는 새의 입장에서 보면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도 있다고 볼수도 있으나 얌체스럽고 악랄한 점이 너무도 뚜렷한 것이 요즘 세태와 크게 다를것이 없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크고 교활한 사람이 잘 잘못을 떠나서 활개를 치고 뜻있는 사람은 당하면서도 입다물고 사는것이 오늘의 우리사회다. 새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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