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줄이고 기동성에 초점/신속대응군 5개 사단/지역분쟁 수일내 대처총한방을 쏘지않고 냉전에서 승리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난 49년 창설이래 가장 중요한 전략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8∼29일 양일간 브뤼셀서 모인 프랑스를 뺀 나토 15개국 국방장관들은 지금까지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여 나토전략의 핵심을 구성했던 「집단적 전진방위」의 교리를 「지역적 위기관리」로 바꾸는 새 군사구조 개편안을 승인했다.
새로운 안은 유럽방위를 8개 군단이 맡되 나토내의 분쟁에 신속히 개입키위해 4∼5개 사단,5만∼7만명 규모의 다국적군으로 구성되는 신속대응군(Rapid Reaction Force)을 창설해 북에선 노르웨이로부터 남으로 터키까지를 커버한다는 내용이다.
○집단전진방위서 전환
이러한 군사구조의 개편은 동구권의 대변혁,특히 베를린장벽의 붕괴이후 토의돼온 새로운 안보체제 구축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근본적인 변화라고 말할수는 없다.
나토군의 손질은 일단 과도기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전체 공산주의 국가들의 방위기구인 바르샤바동맹이 붕괴한뒤 오직 나토만이 유럽의 분쟁에서 「소방수」 역할을 할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갖고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나토 국방장관들의 군사전략 수정은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는 조치이다.
바르샤바기구의 방위선에 맞서 특히 독일에 다수의 중무장부대를 보유했던 나토는 병력을 감축하고 인종분규 등 지역위기발생에 대비하는 유연하고 다양한 개념으로 전환하여 분쟁에 개입한뒤 즉시 종래의 위치로 복귀한다는 기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방위계획에서 공식적인 병력수는 밝혀지지 않고있으나 대체로 현재의 40만에서 22%내지 절반을 감축하되 보다 고도의 기술장비를 가진 군사력에 의존해 아마도 소련을 제외한 유럽전역의 분쟁에 보다 기동성있게 대처한다는 목표다.
이러한 개편은 소련군이 90년대 중반까지 동구에서 완전철수한다는 가정하에 입안된 것이기 때문에 그 계획의 실현은 소련군 철수와 맞물려있다.
새로운 나토의 군사구조하에서는 독일에 사령부를 두는 신속대응군을 영국이 지휘하게 된다. 유럽에서 가장 준비태세가 잘된 영국은 독일에 주둔하는 경무장사단의 2개 사단을 제공하며 경무장사단은 공정연대 기갑보병여단 특공여단을 갖게 된다.
다른 2개의 다국적사단은 독일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등 「북구군」 1개 공수사단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터키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 사단이다. 이들은 1백여대의 전폭기와 군함의 지원을 받으며 지중해나 중·북구의 분쟁에 개입하게 된다.
한편 미군은 주로 공중지원을 맡아 신속대응군의 제5사단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대응군단 이외에도 나토는 7개의 다국적군단을 갖게 된다. 이는 독일이 지휘하는 2개 군단,미국 네덜란드 벨기에가 각기 지휘하는 3개 군단,독일과 네덜란드가 교대로 지휘할 1개 군단이다.
○미군,공중지원 주력
제7의 군단은 구동독땅에 주둔하는 순수한 독일군단으로서 이는 소련군의 철수때까지 이 지역을 독일의 책임하에 둔다는 「2+4회담」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와 별도로 61년 베를린장벽 구축뒤 창설된 나토기동군(AMF)을 대체할 1개 여단,5천명 규모의 즉각대응군(IRF)도 창설된다. 이들은 수일내 분쟁지역에 전개될수 있다.
◎역외개입여부 최대논란/동구도 작전반경내… 소 잠재위협 견제가능/EC미국 역할분담등은 계속 논의 거쳐야
이러한 나토군의 새로운 전략은 유럽에서 일어난 격변과 향후 수년내 예견가능한 사태발전의 논리적 귀결이다.
우선 동구 바르샤바기구의 붕괴는 나토 전략에서 「적」이라는 핵심요소를 실종시켰다. 양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집단적 충돌을 가장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고르바초프 대통령하의 소련군이 나토를 공격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으나 나토 분석가들에게 소련군은 여전히 잠재적인 주요적이다. 그러나 그들도 94년까지는 종전의 형제국들로 구성된 커다란 완충지대를 남긴채 철수하게 된다. 따라서 나토 동맹군에 대한 소련의 「기습공격」 위험성은 제거되며 소련군과의 분쟁의 경우 소련군은 폴란드나 체코와 같은 제3국을 통해 공격이 가능하다. 결국 나토군은 거의 한달에 가까운 대응기간을 가질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50%까지 감군압력
나토가 방위전략을 변경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나토 스스로가 성공의 제물이 된데도 있다. 군부는 언제나 평화시에 예산삭감의 압력에 부딪친다.
나토 동맹국 정부들은 동구변혁이후 95년까지 군사예산을 30∼50% 감축할 것을 계획해왔는데 이는 중부 유럽병력의 근 50% 삭감을 의미하게 된다.
미국은 95년까지 32만명의 유럽주둔군을 10만명선으로 줄인다. 미군철수는 금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걸프전쟁으로 지연되었다.
나토군 개편에 있어서 최대난제는 나토 역외의 개입여부이다. 즉 신속대응군을 장차 역외지역에 파견할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나토군은 공식적으로 유엔에만 개입할 수 있으나 그들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희망하는 측도 있다.
결국 고도의 기동성과 기술을 가진 유럽의 다국적군 구성은,예컨대 발칸이나 헝가리루마니아 국경 등지에서의 분쟁발생시 개입하기에 이상적인 도구다.
그것은 또 종전의 위성국들을 재장악하려는 크렘린 「매파」들의 시도에 억지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수주간 동구지도자들은 만프레트·뵈르너 나토 사무총장에게 안보에 대한 보증을 요구했다. 나토 재편은 동구국들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바르샤바기구의 공격적인 장치속에 통합된지 40년이 지난 이제 국토방위에 별로 대비되지 못한 새로운 동구 민주국가들은 사실 심각한 불안정속에 빠져있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안보구조결정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다. 헝가리 등은 나토가입을 희망하며 유럽공동체(EC) 12개국은 정치·군사통합을 원하면서 유럽독자의 공동정책 마련을 위해 서구동맹(WEU)의 EC흡수를 검토중인가하면 소련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유럽의 새로운 안보구조로 삼을것을 희망하고 있다.
○불,통합사서 빠져
이에대해 미국은 유럽의 공동안보전략이 나토를 대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영국이나 네덜란드도 대서양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나토 통합사령부에서 빠져있는 프랑스는 이번 회담에도 불참했으며 EC가 방위문제에 대한 권한을 갖기를 바라면서 EC 휘하에 신속대응군을 창설하자고 제의했었다.
유럽방위를 위한 EC와 미국의 역할분담,나토군의 역외개입문제,공백속에 있는 동구국의 방위문제 등은 이번 회담에서 본격논의되지 않았다. 6월초 코펜하겐에서 열릴 예정인 나토 외무장관 회의와 올가을의 나토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주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담.<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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