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엔가입 결정 발표가 나오자 그다음 단계로 예상되는 각종 후속조치와 상황전개에 대한 뉴스들이 연일 어지럽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북한에 상주대표부를 교환 설치한다는 얘기에서부터 해묵은 제의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느니,한·중간의 연내 수교를 제의한다느니,대북경제지원을 강화한다는 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유엔가입 결정으로 노태우대통령의 북경방문까지 점치는 뉴스가 있는가하면 북한미국간의 조속수교까지 전망하는 추측도 있다. 북한의 유엔가입이 남북관계는 물론 세계정세까지 금방 한꺼번에 바꿔 버리기라도 할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북한의 유엔가입이라는 사실자체가 극적인 뉴스이고 대단한 사건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그처럼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것 같이 흥분하고 들떠서 대응할 성질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사건이 크면 클수록 그에 비례해서 확산되는 파장을 감안해서라도 신중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의 유엔가입 결정으로 남북 유엔대사간의 협의채널 설치 등은 현실적으로 즉시 추진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대통령의 북경방문이나 남북 정상회담까지 거론하고 것은 성급한것 같다. 이처럼 들떠서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남한의 보도들을 보고 북한이나 중공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고 한번쯤 상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북한의 유엔가입성명 그 자체나,그 이후의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남한이 너무나 북한의 실체와 의도를 모르고 혼자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한다. 북한은 그들의 성명에 대한 보충설명에서 『유엔가입 결정이유는 남한의 단독가입으로 빚어지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지,통일정책이 변한것은 결코 아니며 통일로나가는 대세의 흐름이 달라질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남적화 통일노선도 불변이며 「하나의 조선」 정책 역시 바뀌지 않았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연방제를 포기할 것이라느니 통일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등 우리의 아전인수식 유추해석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것이다.
또 우리측은 남북이 보조를 맞춰 함께 신청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북한은 『남북이 따로 따로 가입결정을 한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로 보아 유엔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남북이 따로 놀거나 대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은 성명발표와 때를 맞춰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협정가입 협상을 하겠다고 했으나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분석이 일본 등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의 유엔가입이 교차승인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나오지만 북한을 국제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아직도 전망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당국이 국내정치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뉴스를 흘리는지,아니면 언론이 경쟁적으로 추측보도를 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차분한 가운데 냉정을 되찾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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