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끼리는 비록 나이가 들어 만나도 다시 젊어지는것 같다. 부둥켜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학창시절과 다를바 없다. 일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대 동문들이 남북한 여성대표 자격으로 만났다니 그 감회는 형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산 동문의 재회이니 혈육의 만남보다 못하지 않았으리라. 기막힐 정도의 반가움은 세월도 초월한다. ◆이들 가운데엔 몽양 여운형 선생의 딸도 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아버지 묘에 성묘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7천만 민족이 모두 이산가족 신세인데 나만 성묘하러 갈수는 없다」며 통일이 이뤄진 다음에나 가능하리라는 의사를 밝혔다. 민족 전체가 이산신세라는 말엔 그런대로 공감을 나눌만하다. 그러나 이 말은 이산을 너무 추상화시키고 있다. 찢긴 혈육을 그리워하는 구체적인 이산을 생각해야 한다.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약간의 움직임만 보여도 민감한게 이산가족들이다. 스포츠에선 코리아팀이 탄생하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계의 왕래가 드문 드문하게나마 실현되고 있다. 북한이 유엔 동시가입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이럴수록 이산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말없이 눈물만 뿌린다. 생전에 한번만 얼굴을 보아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남쪽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북한에 다녀오는 해외동포들을 부러워 한다. 그들은 선물을 한아름씩 안고 잘도 다녀온다. 부모와 형제를 짧은 기간에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렵고 가슴이 찢기는 슬픔이 더욱 북받쳐 오른다. 진작 이민을 가서 북의 혈육을 만나 볼것을 하는 막연한 후회감에 잠기기도 한다. 해외동포는 오가고 왜 남북 이산가족은 꼼짝 못하는가. ◆북의 변화는 이산의 재회를 성사시키는데서 비롯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개방이 싫다면 먼저 생사확인 작업부터 진행시키고 중립지대에서 만나게 할수도 있지 않겠는가. 통일만 되면 한꺼번에 풀린다는 응답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매정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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