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군 사건으로 몸살을 치른 연세대에서는 당초 에정보다 2주일이나 밀린 28일부터 무악대동제가 썰렁한 분위기에서 열리고 있다.교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을 들뜨게 했던 시끄러운 농악,각종 플래카드와 왁자지껄한 장터,멋있게 차려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축제때마다 해학과 풍자로 인기를 독차지해온 모의국회는 3백여명정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싱겁게 끝났다.
축제 첫날인 28일에도 노천극장에서 열린 「민중연대의 밤」 행사가 시작됐을때 50여명밖에 모이지 않아 주최측을 당황하게 했다가 하오 6시께 백기완씨 등 재야인사가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4백여명으로 늘어났을 정도였다.
친구따라 축제구경을 온 다른학교 학생들은 『재미있다고 소문난 연세대 축제가 왜 이렇게 썰렁하냐』고 의아해했고 대학관계자들도 시국이 대학축제를 재미없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교내 곳곳에서는 축제와 동떨어지게 학과별 시국토론회가 열려 향후의 시국방향과 국민대회·전대협출범식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축제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민망했던지 총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앞서간 열사들의 추모기간임을 감안해 지나친 향락적 소비적 축제는 지양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총학생회측은 김귀정양 장례모금함을 만들어 교내를 돌며 모금운동을 벌이고 학생들에게 검은 리본을 달고다닐 것을 권했으나 리본을 달고 다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축제를 구경하러 왔다가 실망한 학생들은 『내일 아카라카응원단 공연이나 보러 와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금년 5월 캠퍼스의 낭만은 이처럼 실종되고 말았다. 어느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5월은 오기만하고 가지를 않는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