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후 주도적역할 예고/남북한 가입결정 위상격상/유엔관계자들 고무… 만장일치통과 점쳐『팩스유엔(PAXUN)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걸프전이후 한결 위상이 높아진 유엔은 남북한의 연내 유엔 가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유엔 주도하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정착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한국의 단독가입안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로 그동안 관심을 끌어온 유엔주재 중국대표부의 한 관리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의 유엔가입결정 소식에 대해 『한국인들보다도 우리가 더 기쁘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리는 이어 중국이 북한의 유엔가입을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대표부의 리·다오유 대사도 『중국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고무해 왔다』면서 『북한의 이번 결정은 보다 생산적인 남북대화를 위한 진일보』라고 논평했다.
독일대표부의 한 관리는 동서독이 71년 나란히 유엔에 가입한 뒤 냉전을 치르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회고하면서 『동서 해빙기에 유엔에 가입하게 되는 남북한은 그래도 운이 좋은편』이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구서독(Federal Republic of Germany)과 구동독(German Democratic Republic)은 알파벳순으로 볼때 F와G로 바로옆에 붙어있기 때문에 총회장에서 대표들이 옆자리에 나란히 앉게 됐었는데 냉전기간에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게 되면 영문약자로 각각 ROK와 DPRK가 되기 때문에 총회장에서 멀리 떨어져 앉게된다.
예멘대표부의 관리들도 북예멘이 47년,남예멘이 67년 각각 유엔에 가입한뒤 지난해 단일의석으로 합쳐지기까지 총회장을 무대로 상대방에 대한 선전전을 일삼은 적이 있었다면서 그후 양국은 유엔이나 아랍연맹 등 국제기구를 통해 상호간의 차이점을 극복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외교부의 유엔가입의사 표명이 있는 다음날인 28일 유엔에 나온 북한대표부 관리들은 전에 비해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길연대사는 이날 정오께 여느때나 다름없이 유엔기자실에 들러 자료를 챙기던중 기자들의 코멘트 요청을 받고 『외교부 발표외에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허종 부대사는 이날 아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한의 단독가입을 그대로 놔두면 남북대화도 잘 안되고 결국 통일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입결정을 하게 된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부대사는 이어 『우리는 유엔에 들어가서도 단일의석으로 합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적절한 시기에 가입신청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엔안보리의 한 외교관도 『북한의 가입결정에 안보리도 「안도」했다』고 전했는데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남북한의 가입안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전망이다.
북한이 언제 가입신청을 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안보리가 전통적으로 관련국들과 상의를 거쳐 가입시기를 결정해온게 상례임으로 이번에도 남북한의 가입안이 패키지로 동시에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미를 방문중인 케야르총장은 내달 15일 본부에 돌아올 예정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어느쪽의 가입안도 빨라야 15일 이후에나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케야르총장은 이날 자신의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유엔가입 결정을 환영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놓았다.<유엔본부=송혜란기자>유엔본부=송혜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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