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실로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1만명이 참가한 김귀정양 사망규탄 시위에서 화염병과 돌멩이는 고사하고 최루탄마저 날지않는 평화시위가 드디어 가능했다니 국민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쉴만하다. 이같은 평화시위는 『한번 학생들을 믿어 보겠다』는 경찰의 자제와 『새로운 시위문화를 선보이겠다』는 학생들의 각성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너무나 값비싼 희생을 치른끝에 소중히 싹튼 이 슬기로움이야말로 우리사회의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과 개혁·화합하는 창조적 민주질서의 생활화에 값진 디딤돌이 될것으로 기대를 모으게한다.당국은 이럴때 일수록 집시법 등 관련법의 신속한 개정과 민주적 운용을 통해 모처럼 하나의 시위에서 가능했던 합의정신을 살려 이를 적극 수용하고 정착시킬 책임이있다. 이미 대통령도 시국수습책의 하나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국민앞에 약속한바 있었다. 그같은 약속은 결코 시위현장에서의 단순한 자제만으로 끝나서는 안되고,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중단없는 민주개혁의 추진으로 뒷받침될 때라야 비로소 실현가능해지는 것임을 지적해 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낭보는 당국이 과거의 강경진압,원천봉쇄의 공안자세를 청산할 계기이자 앞으로의 국정수행 방향과 과제를 안겨주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국이 강군 사망파동을 통해 실감했듯 무조건 억누르면 터지고,이번 처럼 달래면 해결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
과격운동권 학생들이나 극렬재야에서도 당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평화시위의 의미를 깊이 성찰해야 할것이다. 그동안 일부 주장의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왜 그들이 외면당해 왔나를 깨우쳐야 한다. 오랜만의 무탄무석 시위에 시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걸 보면서 그들도 분신과 같은 인간존엄성에 위배되는 극단논리나 힘으로 체제를 전복하려는 과격폭력논리의 어리석음과 한계를 겸허히 자각해야 마땅한 시점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최근의 우리 역사는 무절제한 시위와 정권차원의 강경대응,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자기파괴적인 국력낭비와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시위의 동기들은 순수했다해도 과격으로 빠져 앞날을 내다보는 슬기가 부족했을때 혼란이 초래되면서 힘의 세력들이 편승할 기회만 제공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는 지난날의 반성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의 평화시위 실현은 우리 사회가 감수한 뼈저린 과거나 회생의 강도가 그처럼 높았기에 그 기쁨과 가능성도 남다른 것이라 할 수있다. 비록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있는 갈등이야 하루 아침에 풀지 못한다해도,모처럼 생성된 자제와 슬기의 이 신선한 기풍만은 한사코 살려가고 볼일이다. 그러다 보면 차츰 우리들의 갈등도 풀리고 힘도 합쳐져 역사의 호기앞에서 떳떳할 수 있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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