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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소리/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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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소리/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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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없고 땅없는 설움은 예부터 우리민초들에게는 사무치는 가난의 한이다. 새로 가정을 꾸미는 무주택 젊은이들의 인생설계는 「내집마련계획」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따라서 삶의 보람을 걸게되는 희망이요 꿈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면 이꿈이 실현되도록해야 하는것이 위정자의 책임이다. 또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다. 불행하게도 지난 88올림픽이후 투기가 몰아온 주택,아파트,토지 등 부동산의 광적인 폭등은 이꿈을 거의 가능성의 영역밖으로 몰아냈다. 국토개발연구원의 한 연구보고서는 4년제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28세의 봉급생활자가 봉급만으로 20평짜리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서울지역의 경우 32년이 걸린다고 밝혔다.즉 60세에 가서나 내집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규분양이 아닌 중고아파트를 사는 경우는 기간이 훨씬 더 걸려 36년이 소요된다. 64세나 돼야한다. 맞벌이 부부로서 부인의 소득이 남편소득의 70% 정도이면 소요기간이 같은 규모의 신규분양 경우 23년으로 9년이 당겨지게 된다. 이에따라 세대주 혼자가 버는 경우 정년이 걸려있는 56∼60세가 돼야 겨우 8내지 13.9평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고 맞벌이 부부가 돼야 24.8평 내지 36.4평짜리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출발하는 젊은부부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을 주는가. 어찌 신혼부부들 뿐이랴. 부모로부터 지원이나 상속재산을 기대할수 없는 젊은이들,그 보다도 현재 전·월세로 살아가고 있는 무주택 세대들에게는 얼마나 큰 좌절인가. 얼마전 한 택시기사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옆을 지나가면서 『사회가 이래서는 안됩니다. 있는사람은 더욱 흥청거리고 없는사람은 더욱 쪼들리고 있어요. 악밖에 남은거 없어요…』라고 눈에 불을 켰다. 그의 분노는 이어졌다. 『우린 요새 저축안해요. 기사식당에서 보지만 담배를 피워도 양담배를 피우지요. 한 두푼 저축을 해봤자 어느 천년에 집을 삽니까…』 성난 기사한테 할말이 없었다.

부동산의 천정부지의 폭등은 민초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한국경제의 오늘이 있게한 지주의 하나인 근면과 저축의 덕목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찾아든것은 안락,편의,퇴폐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누가 이 가치관의 전도에 책임을 질것인가. 부동산광란의 피해는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가구의 유주택 증산층에게도 크다. 1가구 1주택자는 주택값이 올라봤자 덕볼것이 없다. 치솟는 가격앙등의 상황에서 감히 늘려갈 엄두를 낼수없다.

현상유지에 매달릴수 밖에 없다. 무주택자와 1가구1주택자인 국민의 절대다수는 부동산앙등이 주도한 전반적인 물가상승의 부담을 추가로 짊어지고 있다. 부동산폭등의 혜택을 입은 계층은 투기꾼,다주택소유자,토지소유자 등이다. 이들의 수혜는 사실상 엄청나다. 있는자와 없는자의 격차는 뛰어넘을수 없게 벌어졌다. 계층간의 사회적 갈등은 깊어졌다. 중산층 등 같은 계층 사이에서도 상대적인 빈곤감은 심화됐다. 이 모두가 부동산투기를 잡지못한 정부의 실정으로 책임이 돌려지고 있다.

강경대군 치사사건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표출됐던 국민불만은 노재봉 총리의 퇴진을 가져왔다. 국민이 요구하는 물가안정 등 민생안정은 부동산 진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기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투기가 있을때마다 비쳐주던 단속과 벌과금 차원의 대책으로는 충분치않다.

개발이익의 확수,토지초과이윤세,종합토지세,양도소득세 등 이미 도입된 토지공개념의 명실상부한 강력한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이제 금융실명제처럼 있는자에게 계속 밀릴수 없는 것같다. 있는자도 긴 안목을 가질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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