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분리 외풍배제도/실무능력·소신성·지역안배 기준 인선/“노 대통령 마지막 승부수”견해 지배적○…노태우 대통령은 26일 4개부처 장관을 경질함으로써 정원식 내각의 진용구성을 매듭지었다. 이날 4개부처 장관경질은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지속되고 있는 시국·정국위기의 조기수습을 위해 야권이 주장해온 내각사퇴를 수용,정치적 공격목표를 해소하는 한편 민심수습 차원에서 정부의 면모를 일신했다는 두가지 표면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4개부처 장관 경질로 매듭지어진 내각개편의 내면적 의미는 노대통령이 「5월시국」이라는 돌발사태에도 불구하고 정치풍토 쇄신,경제의 균형 안정성장,사회적 법치확립의 목표를 위해 기존의 국정의지를 견고하게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번에 장관이 경질된 4개 부처중 시국관련부처는 법무부뿐이고 나머지는 시국과 무관한 부처라는 점이 노대통령의 지금까지의 국정운영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말해준다. 또 신임각료들이 모두 외풍을 타지않는 소신형 인사들이라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이 「소신내각」을 구성하고자 한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을것이다. 그같은 분석의 첫번째 배경은 내각을 정치권과 철저히 분리해 정치적 외풍을 타지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코자 한다는 점이다. 5월시국의 수습방안을 놓고 당과 정부는 한때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같은 양상으로 비쳐졌으며,이로인해 노내각 사퇴 이후 정치적 영향력의 무게중심이 상당부분 당쪽으로 이동해 갔다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둘째로는 노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통치권 누수방지와 「통치정리」를 위한 인적장치의 배려일 것이라는 점이다. 임기 후반기 내각이 소신없이 좌고우면 한다면 대통령의 통치권은 급가속적으로 저하되고,이에따라 임기 5년에 대한 통치정리는 불가능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보듯 뻔할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노대통령이 상당부분 의중을 실었던 노 내각을 어쩔수없이 사퇴시키게 된데 대한 여권핵심부의 반사심리가 강성·소신내각을 구성케 한 하나의 배경이 됐을것이라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정원식 내각의 전도가 결코 밝다고만은 볼 수 없다. 민심수습을 위한 산적한 과제가 버티고 있는데다 금년 하반기부터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이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정원식 내각은 노대통령이 내놓은 마지막 승부수일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노대통령은 국정운용과는 별개로 정치권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시켜 갈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당초부터 소폭개각을 구상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총리서리도 필요한 부처의 「소폭개각」을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노대통령은 인선원칙을 ▲실무능력 ▲소신성 여부 ▲지역안배 등 3가지에 두고 인선구상을 해왔으며,특히 「계파안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
물론 노대통령은 민자당의 김영삼대표 김종필 최고위원 등과의 면담에서도 이같은 뜻을 밝혔고 두사람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대통령의 계파안배 배제방침은 당정분리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당합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이번기회에 불식시키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대통령은 4명의 장관을 각각 강원 경남 전북 충북 출신으로 기용하고 이른바 TK 출신을 배제함으로써 지역안배를 고려하는 세심성을 보였다.
○…이용만 재무는 오래전부터 입각이 예견돼왔던 입각후보 제1번 케이스.
이재무와 서영택 국세청장이 끝까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 재무의 재무부 기획관리실장,시중은행·국책은행장 등을 두루 역임한 금융경력이 최종낙점의 배경이 됐다는 것. 다가올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키위한 포석용이란 분석도 있다.
김기춘 법무는 법무장관기용이 확실시 돼온 법무장관 「대기자」이다시피 했다. 최상엽 법제처장이 함께 거론됐으나 소폭개각의 방침에 따라 처음부터 후임 법무부장관으로 단독질주한 셈.
김법무는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는 고향(거제)과 출신고 등 학교(경남고)가 모두 같다.
동자부장관 후임에는 진념 신임동자와 주병국 주사우디 대사가 경합을 벌였으나 지역안배는 물론 그의 오랜기간의 주요부처 차관경력과 「차돌백이」로 알려질만큼 야무진 업무추진 능력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안필준 보사부장관은 노대통령의 군출신에 대한 배려가 작용됐을 것이라는 관측.
노대통령은 6공출범 이후 군출신을 기용하는 예가 3·5공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장관도 4성 장군의 보안사령관 출신으로 이번 내각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인사중의 한사람이다.
후임 보사부 장관에는 윤성태 차관의 승진설도 나돌았으나 윤차관이 행시4회 출신으로 장관에 기용되기에는 타부처와 균형이 맞지않아 대상으로 제외됐다는 얘기도 있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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