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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 철수한 소군 주택건설/주도권싸고 소·독 갈등(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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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 철수한 소군 주택건설/주도권싸고 소·독 갈등(세계의 창)

입력
1991.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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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6천호 3조원 규모 공사/인력등 자국조달 노려/“올 국제 입찰로 터키 등에 맡기겠다”/소/“배제땐 자금회수에 차질” 재고요구/독독일 통일을 전후해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독일과 소련이 미묘한 실리다툼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변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이 갈등은 구 동독에서 철수하는 소련군을 위해 독일이 소련내에 짓기로 한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것이다. 이 소련군 주택건설사업은 동독으로부터의 철수시한인 94년말까지 80억 마르크(약 3조5천억원)를 들여 3만6천가구의 주택과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대형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을 포함한 세계 각국 건설회사들이 군침을 삼켜왔으나,돈줄을 쥔 독일측이 국제 입찰을 관장하겠다고 나서 사실상 독일이 독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소련정부는 지난 7일 올해안에 완성할 3천가구(공사비 약 8억마르크)분의 1차공사를 터키 및 핀란드기업에 맡기겠다고 독일측에 전격 통보했다. 사업자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것은 물론 독일기업을 배제시킨 것이다.

이에 독일측은 즉각 강력한 반발을 보였다. 포겔정부 대변인은 같은날 공식성명을 통해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조치』라고 비난하고 소련측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측이 소련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공식명분은 독일기업의 참여가 배제될 경우 구 동독지역에서 인력과 물자를 조달해 동독건설 기업의 활로개척을 촉진하려던 계획이 무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이면에는 사업전체를 독일기업이 주도함으로써 건설지원자금 80억마르크의 상당부분을 회수하려던 계산이 어긋나게된데 대한 낭패감이 깔려있다.

반면 소련측이 「전주」 독일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독단으로 터키·핀란드 기업에 공사를 맡긴것은 표면적으로는 이들 기업이 가장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련측도 내면적으로는 독일로부터의 막대한 마르크화 지원자금이 소련내 인력과 물자조달에 사용되지 않아 빠져나가도록 할수는 없다는 실리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양국의 실리다툼은 사실 지난해 10월 주택건설 지원규모가 합의된 직후부터 노출됐었다. 소련은 독일과의 협상타결 직후 국제입찰공고를 내 사업주도를 기정사실화하려 했었다. 당시 한국건설 업체도 비상한 관심을 보인것으로 알려졌으나 체코·폴란드·루마니아 등 동구권 국가들과 포르투갈·터키·파키스탄 등이 응찰했었다.

그러자 독일정부는 소련군 철수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엄격한 입찰자격조건을 설정할 것을 주장,이를 관철 시켰다. 이 조건은 ▲10년 이상의 해외주택건설공사 경험 ▲연간건설 도급실적 5억마르크 등에 자격심사를 독일 전문용역 업체가 맡는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자격심사에 따라 당초 가장 낮은 공사비를 제시해 소련측이 지목했던 포르투갈을 비롯한 폴란드·파키스탄 등이 탈락했다. 그리고 이 심사를 통과한 24개 건설업체중 11개가 서독굴지의 대형건설업체들로 사실상 이들이 독점할 것이 당연시 됐었다.

소련이 이같은 상황에서 콜총리의 직접적인 요구마저 물리치고 주도권을 양보치 않은것은 소련의 「게임능력」이 만만치 않은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정부도 이 문제로 소련과의 국가전략적 「밀월」을 후퇴시킬 입장에 있진않다.

결국 독소간의 이같은 주도권 다툼은 냉전 이후 시대의 국제관계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이 지배하는 상황임을 확인시켜주는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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