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책임제 아래의 제6공화국이 정치적 불안의 세계적인 대명사였던 프랑스의 전후 제4공화국(내각책임제)만치나 내각을 갈아 치운다. 대통령책임제 체제에서는 총리나 장관이 대통령의 방탄조끼에 불과하다고 한 정치지도자는 말했다. 그러나 6공이 출범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빈번한 개각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쿠데타 등 정국불안이 심해 바나나공화국이라고 경멸을 받는 중·남미에서도 개각이 이처럼 다반사는 아니다. 노태우대통령의 6공은 88년2월 출범이후 지금까지 모두 11회에 걸쳐 크고작은 개각을 했다. 총리 3명,장관 84명이 경질됐다.이번 치사시국의 수습을 위해 물러난 노재봉총리는 재임기간이 불과 4개월25일,역대 최단명 내각으로 알려진 5·16 군사쿠데타 이후의 첫 민정내각이었던 최두선내각의 4개월24일과 막상막하다. 6공의 초대내각이었던 이현재총리도 10개월만에 끝났다. 2대내각인 강영훈총리만이 재임 2년후 자진사퇴,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선택했다. 새로 출발하는 정원식 총리서리가 어떻게 끝날지는 미래의 문제다. 신민,민주,민중당 등 야당들은 『공안통치 종식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도전이다』고 운운하는 강성논평을 하고있는 것으로보아 우선 대야와의 관계가 현시점에서는 순탄치 않을것 같다.
내각의 수반인 총리가 4번째이므로 장관들의 경질은 더 말할것도 없다. 치안·공안업무를 맡고있는 내무는 6명이 경질,역시 바람잘날이 없었음을 실증했다. 다음은 건설부의 5명이다. 경제정책의 총책인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도 총리와 마찬가지로 4대째다.
나웅배(88년2월),조순(88년12월),이승윤(90년3월),최각규(91년2월현재)의 순이다. 재무·상공·과기처 등 대부분의 경제각료직이 4대째고 재무 등은 3대째다. 공안의 총책인 안기부장도 4대째인것도 정국·시국의 격동을 말해준다. 이러한 빈번한 개각에 따라 6공 장관들의 평균수명은 1년도 못되는 11개월이다.
1공 18개월,3공 23개월,5공 19개월 등 역대정권에 비해서 너무나 짧다. 참고삼아 6공과 같은 시기에 출범한 미국의 부시행정부를 보면 흑·백처럼 판이하다. 제임스·베이커국무,로버트·모스배커상무,니콜라스·브래디재무,리처드·체니국방 등 요직 각료들이 한사람도 경질되지 않았다. 백악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존·수누누 비서실장,브렌트·스코크로프트 안보담당보좌관,마이클·보스킨 경제자문위원장,말린·피츠워터 대변인 등등 그림자처럼 부시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측근 참모들도 변함이 없다.
수누누 비서실장은 의회,공화당 중진,언론과 사이가 좋지않고 최근에는 백악관전용 공군기의 사용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고있다. 부시대통령은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의리」를 중히 여기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수누누 비서실장을 계속 붙잡아두고 있다. 부통령후보 지명때부터 언론으로부터 대통령 승계감이 되지못한다고 거의 모욕적 비판을 받아온 댄·퀘일 부통령에 대해서도 『나도 8년동안 그런 모욕을 받았다』고 고무해줬다. 미국은 그렇다치고 내각책임제의 영국,이탈리아에서도 각료의 평균수명은 26개월,20개월(55년∼70년)이다. 6공 각료의 평균수명 11개월로는 업무파악이나 할수있는 시간이다.
새로운 발상을 내놓거나 정책의 새로운 집행을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짧다. 소관부처의 최고책임자로서 리더십을 구축하기에는 더구나 짧은 시간이다. 관례대로 관례적인 업무를 따라가다가 물러나는 것이다. 수동적이 될수밖에 없다. 무기력해질수 밖에 없다. 권력과 부의 배분 등 동태적인 전환기의 시대적 문제들에 대처할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6공은 크고 작은 위기때마다 개각으로 응급조치했다. 이래서 총리와 장관들은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야당과 여론은 이들을 속죄양으로 요구했다. 이러한 「내각사냥」을 중단할때가 왔다. 그것은 현안문제의 열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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