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저임노동 바탕/미 경쟁력등 강화 가능/한국등 저임이용한 시장진출 힘들어져미 상하 양원이 23일과 24일 부시대통령에게 향후 2년간 신속한 무역협상을 해낼수있는 신속처리권한(fast track authority)을 가결해줌으로써 북미대륙에는 사실상 새로운 자유무역시장권이 이뤄지게 됐다.
미국은 지난 88년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후 이를 멕시코에 연결하려 애써왔었는데 부시대통령이 상하 양원으로부터 신속처리권한의 연장을 얻어냄으로써 결국 캐나다미국멕시코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탄생하게된 것이다.
패스트 트랙권한 법은 지난 74년에 제정됐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연 1천억달러를 넘어서는 요인중의 하나가 행정부의 강력한 무역정책 부재라는 주장에 따라 의회가 이를 승인했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협정을 맺을때 의회의 간섭없이 이를 신속히 진행하고 협정의 비준이 의회에 제출되면 의회는 협정자체의 효력을 제한하는 추가결의안을 덧붙이지 못한채 다만 가부표결만 하도록 만들었다.
이법을 두고 비평가들은 「의회민주주의의 몰락」 또는 「미국 민주정신의 위반」이라는 표현까지 썼었다. 그러나 사실 이 권한은 74년이래 단 3번밖에 사용되지 않아 별다른 말썽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법은 오는 6월1일 이전까지 의회가 폐기결의를 하지 않으면 2년간 자동 연기되게 돼있었는데,하원에서 먼저 폐기결의안이 23일 투표에 부쳐져 2백31대 1백92로 부결됐고,24일에는 상원에 넘겨져 역시 59대 36으로 부결 됨으로써 자동연장케 된 것이다.
이 법안을 놓고 민주당,공화당 내에서는 각각 열띤 공방전이 벌어졌으며 부시대통령은 걸프전인기를 업고 의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는 주로 멕시코와의 자유무역문제 때문이었다.
부시대통령은 어떤 어려움을 뚫고라도 멕시코를 끌어들여 캐나다미국멕시코를 잇는 북미 자유무역시장을 만들려 하고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반대여론을 누를만한 대통령의 협상권이 필요하다.
이제 부시대통령은 곧 멕시코의 카를로스·살리나스 대통령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할수 있게됐고 찬반투표만 하게돼있는 의회도 이 협정을 비준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현재 미국에서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두려워하는 측은 대체로 자동차제조업 노동자,과일 및 채소류 생산농,중소석유업자,기타 노동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임금의 10분의 1내지 5분의 1밖에 안되는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
미멕시코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기업들은 국경지대의 보호지역에만 진출하던 관행을 깨고 전멕시코에 자동차조립공장,폐인트공장,화학물질 제조공장 등 공해산업 및 노동집약산업 시설을 세울수 있게된다.
미멕시코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적어도 3가지의 직접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 틀림없다.
첫째가 미제상품의 경쟁력강화.
미국은 개발도상국과의 상품 경쟁에서 노임경쟁이 되지않자 인권문제 등을 내세워 상품수입규제를 강화하려 해왔다.
한국상품에 대해서도 『군화발로 짓밟아 하루에 16시간씩 노동하게한 결과』라고 비난해왔으며 중국제는 『노예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멕시코 저임금 노동자를 끌어들이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이미 임금수준이 높아져버린 한국 등과는 물론 어쩌면 중국제품과도 임금경쟁을 할만하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은 싼임금을 바탕으로 미국캐나다멕시코에 수출할수 있는 시기는 아주 지나가버리게 된다.
둘째는 미제시장의 확대이다. 캐나다미국멕시코의 자유무역시장이 열리게 되면 북미지역은 전체인구 3억4천만으로 유럽공동체(EC)나,일본이 구상하고 있는 동아시아 시장경제보다 훨씬 큰 시장규모를 갖게된다.
한국과 같은 수출국의 경우,유럽공동시장이 단일시장경제 체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여기에 파고들기가 어려운것과 마찬가지로 북미 자유무역권을 뚫기가 한층 여러워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다.
셋째는 연구개발(R&D)투자의 강화.
미국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R&D를 많이하는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들어 노임압박으로 R&D 비율을 낮출수 밖에 없다는 불평을 많이 해왔다.
멕시코의 저노임 인구를 흡수하게 됨으로써 경감되는 노임 절약부분이 곧 기술투자에 돌아갈수 있게 된다.
미국은 멕시코를 북미 자유무역권에 끌어들임으로써 89년에 1천3백90억달러,90년에 1천1백억달러에 달했던 대외 무역적자를 급격히 끌어 내릴수 있게됐다.
그러나 유럽지역이 EC라는 단일 경제체제를 형성한데 이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캐나다멕시코를 잇는 또하나의 단일경제권을 형성한다는 것이 국제무역시대에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뿐 아니라,뒤쳐진 미국경제를 노임문제로 해결하려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그 결판은 미국경제가 임금압박 경감으로 이뤄지는 여유를 얼마만큼 기술창출에 돌릴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세계경제는 이미 임금경쟁의 시대를 넘어 기술지상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워싱턴=정일화기자>워싱턴=정일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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